[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서울과 경기북부 등 수도권에 폭우가 내린 8일 오후 서울 강남역 일대 도로가 침수돼 있다. 2022.08.08. xconfind@newsis.com

이틀간 수도권에 쏟아진 이례적 집중호우로 10여 명이 사망·실종되고 서울 강남 일대가 침수돼 큰 피해를 당했다. 이번 폭우 피해는 불가항력적 측면이 있다. 8일 서울 동작구엔 한 달 치 비가 하루에 다 쏟아졌다.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후 서울의 하루 강수량이 300㎜를 넘어선 것은 그동안 세 번에 불과했다. 기록적 폭우로 서울과 춘천에서 50여 명이 숨진 2011년 호우 사태의 하루 최대 강수량이 301㎜였다. 이번엔 그보다 80㎜가 많았다. 100년에 한 번 있을 수 있는 역사적 폭우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대비해도 이런 자연재해엔 속수무책인 경우가 있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적지 않다. 2011년 우면산 산사태를 겪으면서 서울시는 수해를 막기 위한 치수(治水) 사업을 확대했다. 상습 수해 지역인 강남 지역에 2015년부터 1조4000억원을 투입해 하수관 개량, 빗물 펌프장 증설, 빗물 저류조 설치, 하천 정비 사업 등을 벌였다. 하지만 이런 시설의 방어 능력은 30년 빈도에 해당하는 시간당 강수량 80~85㎜ 수준의 호우라고 한다. 이번처럼 100년 빈도의 호우가 쏟아지면 피해를 줄일 수 있을 뿐 모든 피해를 막을 수 없다. 2013년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이 전임 시장의 서울 지역 대심도 빗물터널 계획을 대폭 축소한 것도 수해를 키운 원인이라고 한다. 대심도 터널의 방어 능력은 시간당 강수량 100㎜ 수준의 호우이기 때문에 계획대로 건설됐다면 서울 강남 일대의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이상기후와 돌변 기상은 세계 곳곳에서 일상적인 현상이 됐다. 이번 사태는 불과 10년 전 설계한 방재(防災) 시스템이 기상이변으로 한순간에 무력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시스템을 ‘30년 빈도’에서 ‘100년 빈도’ 기준으로 바꾸기 위해선 수조원의 예산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정부, 국회 모두 고민해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