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름휴가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마친 후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은 8일 휴가를 마치고 출근하며 “제가 해야 할 일은 국민 뜻을 세심하게 살피고 늘 초심을 지키면서 국민의 뜻을 잘 받드는 것이라는 생각을 더욱 다지게 됐다”고 했다. 인적 쇄신과 관련해서도 “모든 국정 동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 아니겠느냐”며 “국민 관점에서 다시 점검하고 살피겠다. 필요한 조치가 있으면 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지지율 하락에 “별 의미 없다. 신경 안 쓴다”고 했던 윤 대통령이 ‘국민의 뜻’과 국정 동력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대선 득표율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대통령 자신의 탓이 크다. “전 정권에 훌륭한 사람 봤느냐” “민주당 정부 때는 정치 보복 안 했느냐” 같은 말은 당장 살기 어려운 국민의 마음과 동떨어진 것이었다. 검사 출신을 엉뚱한 자리에 기용해 논란이 일자 “필요하면 더 하겠다”고 했다. 여성 장관을 한 명도 뽑지 않다가 외신기자가 질문하자 갑자기 3명을 무더기로 내정했다. 그중 2명이 낙마했다. 대통령 부인에 대한 언급이 내부적으로 금기 사항이라는 것도 국민 정서와 배치된다. 대통령이 겸허한 자세로 국민의 뜻을 살폈다면 지금의 사태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여론 조성이나 공개 논의 과정 없이 발표된 경찰국 신설, 만 5세 취학, 외고 폐지 등의 문제도 겸손하게 다른 사람들의 뜻을 살피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이해관계자 의견을 듣고 사회적 논의를 거쳤다면 충분히 걸러졌을 것이다. 이런 식이면 앞으로 꼭 필요한 개혁도 할 수 없게 된다. 이준석 대표를 밀어내려다 여권 내분이 일어난 것은 금리와 물가 급등으로 힘든 국민 입장에서 ‘새 정부가 하는 일이 이런 것밖에 없느냐’는 생각을 하게 했다.

참모들의 책임도 크다. 이른바 ‘윤핵관’들은 인수위 시절부터 정부와 대통령실 인사에 관여했지만 누구 하나 그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여당의 내분도 이들이 사태의 핵심에 있다. 정부 출범 석 달 만에 윤핵관들은 국민 혐오의 대상이 됐다. 대통령실 참모 중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는지 의문이다.

새 정부가 임기 초반부터 휘청이는 것은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이 된다. 윤 대통령 임기는 4년 9개월이나 남았다. 밖에서는 경제·안보 복합 위기가 닥치고 있고 안으로는 교육·연금·노동 등 개혁 과제가 산적해 있다. 대통령이 이를 헤쳐나갈 힘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 시작은 국민의 신뢰 회복이다. 대통령이 겸손해지고, 진중해지며,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의 뜻을 살피면서 해야 할 일을 하면 국민이 다시 지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