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3일 오후 경기도 평택 소재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를 통해 입국하고 있다.(주한미국대사관 트위터 캡쳐) 2022.8.4/뉴스1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4일 국회에서 “안보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여러 방법 중 하나가 동맹국인 한국에 감사를 표하는 것”이라고 했다. “어떻게 하면 한미 동맹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을지 논의한다는 점에서 이번 방문은 굉장히 특별하다”고도 했다. 펠로시 의장과 김진표 국회의장은 회담 직후 공동 언론 발표문을 통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강력하고 확장된 대북 억지력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양국 정부의 노력을 지원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펠로시 의장은 이렇게 한미 동맹을 강조했지만 3일 밤 그의 입국 당시 우리 측 의전은 이와 동떨어진 모습이었다. 펠로시 의장이 경기 평택 오산 기지에 도착할 당시 국회와 정부 관계자 아무도 영접을 위해 공항에 나가지 않았다. 펠로시 의장은 주한 미국대사와 주한미군사령관 등 미국 관계자들만이 도열한 가운데 한국 땅을 밟았다. 펠로시 의장이 대만 타이베이에 도착할 당시에는 대만 외교부 장관 등 주요 인사들이 공항에 나와 영접했다.

펠로시 의장은 공식적으로 김진표 의장과 회담을 위해 방한했기 때문에 국회 책임이 크다고 볼 수밖에 없다. 외교부는 “외국 의회 인사 방문에 대한 의전은 국회가 담당하는 것이 외교 관례”라고 했다. 국회 측은 “공항에 의전을 나가지 않기로 미국 측과 사전 협의를 거쳤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우리 경제 안보의 핵심 동맹국의 서열 3위 인사가 방문하는데 그 손님을 맞으러 나간 국회 인사나 정치인이 단 한 사람도 없었다는 것이 잘한 일인가. 국회 외교위원회 소속 의원 한 명도 공항에 나가 손님을 맞지 않았다. 그보다 바쁘고 중요한 어떤 국사가 있었나.

이 어이없는 일은 지금 여야가 제각각 심각한 내분에 빠져있는 우리 정치 상황을 보여주는 한 장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당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놓고 친윤(親尹)계와 이준석 대표 측이 연일 독설을 주고받으며 충돌하고 있다. 민주당은 28일 새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재명 후보와 친명(親明)계, 박용진 후보, 강훈식 후보, 친문(親文)계 등이 서로 뒤엉켜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여야 없이 모두 내분에 정신을 팔고 있으니 정작 중요한 외교 의전엔 관심도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