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강원 홍천군 하이트진로 강원공장 입구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출입 도로를 차단하고 이틀째 농성을 이어가 주류 출고에 차질을 빚고 있다./연합뉴스

민노총 소속 화물연대가 2일부터 하이트진로 강원 공장의 출입 도로를 차단한 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 회사 국내 맥주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강원 공장 제품 출고율은 성수기임에도 3일 0%로 떨어졌다. 노조원들은 화물차 20여 대를 동원해 출입 도로를 막고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다리에서 떨어지겠다는 ‘투신 조’까지 동원했다. 이 외에도 민노총 소속 현대제철 노조는 충남 당진제철소 사장실을 94일째 불법 점거하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 대우조선 하청 업체 노조의 불법 파업이 타결됐지만 아직도 곳곳에서 불법 시위와 영업 방해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이트진로 강원 공장 시위에는 소주를 출고하는 이 회사 이천·청주 공장에서 지난 6월 2일부터 시위를 벌여왔던 화물 차주 일부와 화물연대 지부 소속 인원이 섞여 있다고 한다. 화물연대 총파업은 지난 6월14일 정부가 차주에게 최저 수입을 보장하는 안전 운임제를 연장하기로 합의하면서 타결됐지만, 이후에도 이천·청주 공장 시위대는 운송료 30% 인상 등을 요구하며 계속 화물차 통행을 방해해왔다. 그러다 회사가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자기들과는 무관한 맥주 출고를 막겠다며 강원 공장까지 갔고, 화물연대가 이를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총파업으로 안전 운임제 연장을 얻고도 또 돈 더 내놓으라며 시위를 이어간다.

현대제철 상황은 더 어처구니없다. 현대제철 노조는 충남 당진제철소 사장실을 지난 5월 2일부터 94일째 불법 점거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매주 사나흘씩 당진 공장에 머물던 현대제철 사장은 석 달째 서울에서 비대면 경영을 하고 있다. 노조원들은 현대자동차 등이 지난 3월 직원들에게 특별 격려금 400만원을 지급했으니 자기들도 그만큼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회사 측은 철강제품 가격 하락으로 하반기 실적이 불투명하다고 호소하고 있는데도 다른 회사와 같은 대우를 해달라는 것이다. 지난해 현대제철 직원의 평균 연봉은 9500만원에 달해 생계형 투쟁도 아니다.

이 지경이 됐는데도 경찰이나 당국은 사실상 수수방관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노조원들을 업무 방해 등으로 고소했지만 경찰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하이트진로도 불법으로 갓길에 트럭을 세워 통행을 방해하는데 지방자치단체는 과태료만 부과하고 있다고 한다. 법치국가가 아니다.

민노총이 이렇게 막무가내인 것은 정부를 만만하게 보기 때문이다. 정부는 민노총 화물연대 파업에 노조의 요구를 수용해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50일을 넘긴 대우조선 하청 노조의 불법 점거로 8000억원 이상 손실이 났다. 지난 정부 내내 ‘촛불 청구서’를 내밀며 파업과 폭력을 휘둘러온 민노총은 현 정부도 쉽게 다룰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실제 그렇게 되고 있다. 정부가 제대로 법 집행을 하지 않으면 더한 사태가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