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묵념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이 1일 의원총회를 열고 당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소속 의원 89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의총에서 반대 의견은 1명뿐이었고 대부분은 현재 당이 ‘비상 상황’이라는 데 동의했다고 한다. 당권 상실을 우려하는 이준석 대표 측의 반발과 당 전국위원회 의결 절차가 남아있지만, 비대위 전환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국민의힘이 비대위로 전환하면 우리나라는 국회 1·2·3당이 모두 비대위 체제가 된다. 민주당은 지난 3월 대선 패배 후 윤호중·박지현 비대위에 이어 6월 지방선거 후 우상호 비대위가 들어섰다. 정의당도 지방선거 후 여영국 전 대표가 물러나고 이은주 비대위로 전환했다.

국민의힘은 2020년 9월 출범 이래 이준석 대표 재임 1년 여를 제외하면 모두 비대위 또는 권한대행 체제였다. 자유한국당 시절부터 5년 6개월을 따져도 홍준표·황교안·이준석 대표가 1년여씩 정상적으로 대표직을 수행했고 나머지 2년 반가량은 비대위나 권한대행 같은 비정상 체제였다.

비대위는 말 그대로 당 지도부가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없는 아주 특별한 상황에서 가동되는 임시 기구다. 미국·영국·일본 등 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나라에서 비대위 체제가 들어선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법과 제도상 차이도 있지만, 당원과 지지자들이 선택한 지도부가 일정 기간 책임을 지고 당을 이끄는 풍토가 정착됐기 때문이다.

우리 정당들은 선거에서 지거나 몇 가지 악재만 터져도 비대위로 전환하는 것이 거의 습관처럼 돼 버렸다. 당의 구성원, 정책 등 본질은 그대로인데 뭔가 변한 것처럼 국민에게 보이고 싶을 때 쇄신을 내걸고 외부 인사를 영입해 비대위를 출범시킨다. 정당이 안고 있는 문제를 정면에서 해결하려 하지 않고 분칠을 해서 덮으려는 눈속임 수단이다. 그때그때 이름값 하는 사람들을 내세워 땜질 처방을 하다 보니 실제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러니 조금 지나면 또 비대위다.

‘비상’이 일상이 된 한국 정치에서도 국민의힘의 ‘비상’은 희한하다. 야당들은 선거에 졌으니 ‘비상’이지만 국민의힘은 선거에서 연속 승리하고도 ‘비상’이라고 한다. 스스로 평지풍파를 일으키며 계속 제 발등을 찍은 결과다. 정권 출범 석 달도 안 돼 사람들은 ‘윤핵관’, 이준석 등이 TV에 나오는 것조차 보기 싫다고 한다. 일을 이렇게 만든 가장 큰 책임은 겸손과 신중함이 없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다. 집권당의 이해할 수 없는 자책골과 평지풍파에 국민은 지쳤다. 지금 우리는 경제·안보 복합 위기를 맞고 있다. 게다가 정부가 일을 하기 힘든 심각한 여소야대다. 집권당이 정신을 차리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