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9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박순애 교육부 장관에게 업무 보고를 받고 있다. 박 장관은 이날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2025년부터 만 5세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 뉴스1

교육부 장관이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낮추는 걸 추진하겠다고 보고하자 윤석열 대통령은 “신속하게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대선 공약으로 제시된 적도, 국정 과제로 논의된 일도 없는 사안을 느닷없이 꺼내 든 것에 국민은 당혹스럽다. 교육 분야 경력이 전무한 신임 교육부 장관이 취임한 지 한 달도 안 된다. 이런 중요한 문제를 충분한 준비 끝에 내놨다고 믿기 힘들다.

입학 연령을 낮추는 이점은 있다. 중·고교와 대학 입학·졸업까지 연쇄적으로 1년씩 당겨지면서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출 시점도 1년 빨라진다. 저출산·고령화 추세를 감안할 때 고무적인 일이다. 특히 군 입대 때문에 사회 진출이 늦어지는 남자들에게 도움 될 수 있다. 정부의 보육 재정 지출과 가정의 양육 부담도 줄일 수 있다. 가정 형편, 지역 여건에 따라 유아 교육의 질적 격차가 작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공평한 교육 기회 구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반대 논리도 만만치 않다. 만 5세 어린이들은 집중력이 약해 집단 놀이 형태가 아닌 정규 학교 교육 대상으론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교육계 지적이다. 교육부는 2025년부터 4년간 단계적으로 3개월씩 취학 연령을 낮출 경우 해당 학년 동급생 수 증가 폭을 25% 이내로 제한할 수 있어 교사·교실 조건은 넉넉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동급생 수가 25% 증가하면 해당 연령대의 대학, 취직 경쟁은 그만큼 치열해진다. 학부모들이 제도 변경을 흔쾌히 수용할지 의문이다.

유아 교육계는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취학 연령을 낮추면 유치원생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노무현·이명박 정부도 ‘만 5세 입학’을 추진했지만 1만곳 가까운 유치원 반대에 부딪혀 성사시키지 못했다. 제도 변경을 시도할 때 피해 집단을 설득할 치밀한 대책을 준비해가면서 추진하지 않으면 관철하기 어렵다. 여소야대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그러나 정부가 응집력 있는 반대 집단이 뚜렷한 이 사안에 대해 준비를 충분히 했다는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사회적 논의 절차와 사전 설득 과정 없이 발표부터 해놓고 이제부터 태스크 포스를 꾸려 추진하겠다고 한다. 혼란만 초래해 정부 신뢰를 또 한번 떨어뜨리는 건 아닌지 하는 걱정부터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