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윌 취임 이후 지속해왔던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을 당분간 하지 않기로 했다. 대통령실은 “용산 대통령실은 사무 공간이 밀집해있어 감염병에 취약하기 때문에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되는 상황에서 ‘도어스테핑’을 잠정 중단한다”고 했다. 현재 대통령실 출입 기자 150여 명 중 11명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상태라고 한다. 대통령실은 대변인의 브리핑도 가급적이면 서면 브리핑으로 대체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현재 코로나 확산세로 볼 때 불가피한 조치로 생각된다.

이를 계기로 대통령 약식 회견의 양태도 달라졌으면 한다.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은 이전 대통령들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으로 취임 초부터 화제였다. 윤 대통령은 거의 매일 기자들의 현안에 관한 질의에 즉석에서 대답해왔다. 10일까지 총 24차례 진행됐다. 언론이 대통령을 만날 일이 1년에 몇 번 정도였던 과거와 비교하면 천양지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국정에 관한 질문에 윤 대통령이 감정이 섞이거나 정제되지 않은 답을 하는 일이 거듭되면서 지지율 하락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장관급 후보자 부실 검증에 관한 질문에 “그럼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라고 하거나, “이전 정부 인사들과 비교될 수 없고 전문성과 역량 차원에서 빈틈없이 사람을 발탁했다고 자부한다”고 했으나 많은 공감을 얻지 못했다. 당시 논란을 빚던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와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결국 낙마했다.

윤 대통령은 ‘야당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검찰 수사를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한다’는 질문에 “민주당 정부 때는 안 했습니까”라고 하고, 여론조사에서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넘어선 것에 관한 질문에도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정권 초 국정 운영의 문제에 대해 겸허하게 국민들 이해를 구하기보다는 전 정권 탓을 능사로 한다는 인상을 줬다.

윤 대통령의 출근길 약식 회견은 우리나라의 권위적 대통령 문화를 바꾼 획기적 결단이었다. 문제가 있었다고 해서 없앤다면 시작하지 않은 것보다 못할 것이다. 코로나 재확산이 진정되면 재개해 임기 끝까지 유지했으면 한다. 다만 대통령의 답변이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원천이 되어선 안 된다. 경제·안보의 전방위 위기다. 재개된 약식 회견에선 윤 대통령의 신중하고 정제된 대답을 들을 수 있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