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5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2022.07.05./뉴시스

박순애 교육부 장관은 5일 취임사에서 “대학 운영부터 학사·정원 관리, 재정, 평가까지 기존 제도나 규제를 전면 재검토해 유연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면서 “고등교육 성장 발목을 잡았던 ‘모래 주머니’를 풀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교육 개혁’의 핵심으로 ‘대학’을 지목하면서 가장 중요한 과제로 ‘규제 완화’를 꼽은 것이다.

대학 규제 완화는 역대 정권이나 교육부 장관들도 임기 시작이나 취임 초기에 공언해온 단골 메뉴였다. 그러나 번번이 공염불에 그쳤다. 오히려 줄기는커녕 쌓여가는 규제 때문에 대학들이 질식할 지경이라고 하소연하는 실정이다. 크게는 입학 정원 같은 문제부터 총장 직인 크기와 글자체 같은 자질구레한 사항까지 교육부 규정 때문에 꼼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올해로 대학 등록금까지 14년째 국가장학금 지원과 연계 등으로 묶이면서 대학들은 고사 직전에 처해 있다고 아우성치고 있다.

우리 대학들은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기 시작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배출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다. 반도체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대학 정원 규제 때문에 반도체 관련 학과 졸업생이 매년 수천명씩 모자라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반도체만 아니라 인공지능·빅데이터 등 IT 분야, 배터리·바이오·전기차 등 첨단 산업 현장에서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 일자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대학이 배출하는 인력과 기업이 원하는 인력이 짝이 맞지 않는 것이다. 정부가 정원을 늘려주지 않으면 대학이 학과 간 정원을 조정하는 방법이 있지만 기득권 교수들의 저항에 학과 구조조정도 벽에 막혀 있다. 정부는 규제 못을 빼지 않고 대학은 학과 간 밥그릇 싸움에 갇혀 있는 상황이다.

이런 대학 교육으로 어떻게 미래를 열어나갈 수 있겠나. 문제를 푸는 첫 번째 단계는 대학에 자율권을 주는 것밖에 없다. 박 장관이 밝힌 대로 ‘대학 운영부터 학사·정원 관리, 재정, 평가까지’ 주렁주렁 달려있는 모래 주머니를 획기적으로 제거하는 것이다. 자율을 주어야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제대로 물을 수 있다. 초중등 교육 권한은 이미 대부분 교육청으로 넘어가 교육부 업무는 대학 교육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에 교육부가 부서를 해체하는 수준으로 대학 규제를 풀어보겠다는 각오를 다지지 않으면 대학 규제 완화는 또 한번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