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 교수(오른쪽)이 5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 알토대학교에서 국제수학연맹(IMU)이 수여하는 필즈상을 수상하고 있다. 한국 수학자가 '수학 노벨상'인 필즈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까지 한국계나 한국인이 이 상을 받은 적은 없었다. /연합뉴스

한국계 수학자인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5일 ‘수학 노벨상’인 필즈상을 받았다. 허 교수는 미국 국적이지만 한국 수학자로는 최초 수상이다. 필즈상은 4년마다 뛰어난 업적을 이룬 40세 미만 수학자에게 주어지는 수학 분야 최고의 상이다. 한 학문만 독자적으로 발전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우리 과학자들의 헌신과 노력이 하나의 결실을 맺은 쾌거라고 할 수 있다.

허 교수가 국내에서 석사과정까지 마친 학자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지만 두 살 때 한국으로 돌아와 초등학교부터 대학 학부와 석사과정까지 마치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허 교수는 박사과정 이후 ‘리드 추측’과 ‘로타 추측’ 등 오랜 수학 난제들을 하나씩 증명하면서 수학계에서 명성을 얻었다.

이미 한국 수학의 국제적 위상은 높은 수준이다. 지난 2월 국제수학연맹(IMU)은 한국의 국가 등급을 4등급에서 최고 등급인 5등급으로 상향했다. 5등급에 속하는 국가는 한국 등 12개국밖에 없다. 이 등급은 세계수학자대회의 한국 수학자 초청 실적, SCI급 수학 논문 실적 등을 종합해 매긴 것이다. 허 교수의 수상도 우리 수학계의 이런 학문적 기반 위에서 가능했을 것이다.

이번 쾌거와 별도로, 교육 현장에서 ‘수포자(수학 포기자)’가 넘쳐나고 갈수록 증가하는 현상은 시급히 해결해야할 숙제로 남아 있다. 2020년 학업성취도평가에서 중3 수학 과목에서 보통 학력 이상 학생은 절반(55%)에 불과했다. 교육과정을 제대로 흡수한 학생이 절반이라는 뜻이다. 국제 비교 연구에서 우리 중학교 2학년의 수학 흥미도는 세계 최하위(39위)였다. 수학을 지금처럼 가르치면 안된다는 것을 이처럼 잘 보여주는 사례도 없다. 수학을 대입 위주로, 암기식 반복 학습으로 가르쳐서 생긴 결과일 것이다. 수학 잘하는 학생들도 의대를 택하는 것이 요즘 분위기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과학 분야의 기초인 수학 인재를 양성하기 어렵고 그동안 쌓은 위상도 허물어질 것이다. 허 교수 수상을 계기로, 학생들이 수학에 흥미를 느끼게 하고 뛰어난 학생들은 체계적인 지도를 받아 학문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