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조선일보 DB

더불어민주당이 4일 박지현 전 공동비대위원장의 8월 당 대표 선거 출마에 대해 ‘불가’ 결정을 내렸다. 당 대표에 나서려면 이달 1일 기준으로 6개월 이전 입당한 권리당원이어야 하는데, 박 전 위원장은 지난 2월 14일 입당해 출마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박 전 위원장은 당무위 의결로 출마 자격에 예외를 둘 수 있는 규정을 들어 자신의 출마 문제를 당무위에서 논의해달라고 했지만 비대위는 이를 거부했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예외를 인정할 불가피한 사유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당헌·당규에 따른 결정이라고는 하지만 박 전 위원장이 그간 당에 쓴소리를 하고, 우 위원장을 비롯한 ‘586′ 용퇴를 주장한 데 이어 최근에는 이재명 의원까지 비판해 미운털이 박혔기 때문일 것이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지방선거 직전인 4월에 입당했지만 한 달도 안 돼 공천을 받았다. 선거에 이기려고 20대 여성을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했지만 효용 가치가 다하자 토사구팽한 것이다.

박 전 위원장은 대선을 한 달 남기고 이재명 후보가 영입했다. 국민의힘이 이준석 대표를 앞세워 20~30대 남성 유권자 민심을 얻어가자 ‘n번방 성착취’ 문제를 처음 공론화한 ‘추적단 불꽃’ 활동가인 그를 영입해 이른바 ‘이대남’과 ‘이대녀’ 대립 구도를 형성했다. 이 후보는 대선 주요 유세마다 그를 불렀고, “지현씨 얘길 들어보자”며 연설을 시켰다.

대선 후 그는 공동비대위원장을 맡아 당 쇄신을 주장했다. 변치 않는 내로남불과 반복되는 성범죄,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팬덤 정치를 없애자는 그의 말이 틀린 게 없었다. 그러나 상식적인 그의 요구는 당 주류인 운동권 출신과 극성 지지층의 겁박으로 번번이 묵살됐다. 그가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사퇴했을 때 이원욱 의원은 “왜 토사구팽이란 단어가 생각나는가”라고 했다.

비대위원장은 위기 시 당 대표의 역할을 한다. 그런 사람을 당 대표 선거에 출마도 못 시키겠다는 게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 결정이다. 박 전 위원장은 쇄신 요구가 당내 반발에 부딪혔을 때 “그렇다면 왜 저를 뽑아서 여기에 앉혀 놓으셨냐”라고 했었다. 민주당의 모습은 박 전 위원장이 그저 득표용 ‘장식’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