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민주당 개표상황실에서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구조사 방송을 지켜본 후 상황실을 나서고 있다. /남강호 기자

민주당 비대위가 2일 지방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여야 득표율 차이가 대선 때 0.73%p에서 이번엔 10%p로 크게 벌어졌다. 그런데 총괄선대위원장으로서 가장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는 이재명 전 경기지사는 인천 계양을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다. 대선 후보가 낙선한 지 석 달도 안 돼 국회의원에 출마한 것은 전례가 없다. 경기지사 선거에서 막판 신승했지만 낙선한 수 많은 출마자들 사이에서 “당은 죽고 이재명만 살았다” “상처뿐인 영광”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 전 지사와 함께 대선 패배 책임을 지겠다던 송영길 전 대표도 서울시장에 출마했다. 송 전 대표의 지역구를 이 전 지사가 이어받은 것이다. 대선 패배의 핵심 책임자들의 ‘주거니 받거니’를 국민은 어떻게 보았겠나. 이 전 지사는 “전국 과반 승리를 이끌겠다”고 했지만 ‘방탄용 출마’로 여겨졌다. 민주당 텃밭인 곳에서 무명의 국민의힘 후보와 박빙의 싸움을 벌였고 나중엔 김포공항 이전 같은 무리한 공약까지 내세웠다. 이것은 다른 지역 판세에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번 선거 패배의 한 원인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폭주도 이 전 지사의 비리 의혹 수사를 막기 위한 것이란 의심이 크다. 이 위원장 측은 대선 패배 후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를 외쳤다. 이런 생각이 윤석열 정부 출범 발목 잡기로 나타났다. 그러다 ‘선당후사(당이 먼저고 나는 그다음)’ 아닌 ‘선사후당’으로까지 나아갔다. 대선 석 달 만에 다시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당 곳곳에서 ‘이재명 책임론’을 제기하는 상황이지만 이 전 지사 지지자들은 도리어 “박지현 비대위원장이 내부 총질을 해서 졌다”고 책임을 돌렸다. 이 전 지사는 8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민주당은 작년 서울·부산시장 선거와 대선, 지방선거까지 세 번을 연달아 패했다. 정당이 선거에서 크게 지면 새 얼굴을 내세우고 잘못된 노선·정책·행태도 바꾼다. 그게 국민의 요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세 번 패배에도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입법 폭주와 내로남불, 잇단 성 추문도 그대로다. 옳은 말을 한 사람이 사과한다.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책임을 지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책임을 진다.

민주당은 여전히 국회를 장악한 정당이다. 새 정부의 국정을 가로막을 수 있고 검수완박처럼 무리한 입법도 밀어붙일 수 있다. 그런 정당이 지금 궤도를 벗어났다. 민주당은 지금 모습으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