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온 법제사법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2.4.26/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법안을 30일부터 내달 3일까지 본회의에 상정해 일방 처리하겠다고 했다.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는 회기 중단 조치로 강제 종료시켰고, 앞으로도 한 번 더 ‘회기 쪼개기’ 꼼수를 쓴다고 한다. 세계 어느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편법들이다.

검사가 범죄 수사와 기소를 담당하는 현 검찰 제도는 1948년 정부 수립 때부터 시행된 우리 형사 사법 체계의 근간이다. 헌법은 검사에게 체포·구속·압수·수색 영장 청구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인신의 자유를 제한하려면 검사의 영장 신청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전국에 2200여 명의 검사가 일하고 있다. 또 검찰총장 임명 시 국무회의를 거치도록 했다. 헌법이 유일하게 명문(明文)으로 인정한 수사 기관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74년 간 유지돼 온 이 제도를 송두리째 뒤엎는 것이다. 검사의 수사권을 박탈해 경찰에 넘기고 검찰을 허수아비로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그래야만 하는 분명한 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순전히 문재인, 이재명 두 사람과 민주당 일부 의원의 범법 혐의 수사를 검찰이 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도둑이 숫자가 많다고 포졸을 없앤다는 일이 21세기 한국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국가 기본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은 한 정당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상당한 시간을 들여 국민들 뜻을 물어야 한다. 관련 기관과 전문가들 견해, 법적 문제와 제도의 부작용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여야가 국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해야 하고 반드시 합의가 돼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 모든 절차를 깡그리 무시한 채 오로지 171명 의석 수만 앞세워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민주당은 법안도 만들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법 처리 강행부터 선언했다. 공청회 한번 열지 않았다. 정치권과 검찰, 법원, 변호사·시민단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까지 나서서 반대했고 국민 반대 여론도 50%를 넘었지만 모두 무시했다. 법사위 처리 과정에선 ‘위장 탈당’이란 희대의 막장극까지 벌였다. 황급히 처리하는 바람에 ‘원안’과 ‘중재안’이 뒤죽박죽으로 통과됐다.

이 정권이 국가 중대 제도를 제 멋대로 바꾼 것은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민주당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야당의 반대에도 자기들 뜻대로 선거법을 뜯어고쳤다. 게임의 룰이자 민주주의의 골간인 선거 제도를 일방적으로 바꾼 것은 독재 정권에서나 있는 일이었다. 당시에도 회기 쪼개기 같은 편법이 이용됐다. 그렇게 도입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자기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자 ‘위성 비례정당’까지 만들었다.

또 소수 야당과 정치적 거래를 통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도 강행했다. 새로운 국가 수사 기관을 설립하려면 면밀한 검토와 여론 수렴이 필요했지만 야당과 검찰, 법조계의 반대를 모두 무시했다. 공수처는 출범한 지 1년이 넘도록 독자 수사로 기소 한번 하지 못했다. ‘황제 의전’과 ‘통신 사찰’ 논란만 낳았다. 이제 또 수사기관을 하나 더 만들어 국가 형사 체계를 완전히 누더기로 만들려고 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