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당 회의에서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추진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향해 “‘한국의 K트럼프가 나셨다’는 말이 떠돌고 ‘레임덕이 아니라 취임덕에 빠질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고 했다. 정책위의장도 “윤 당선인이 과거 손바닥에 쓴 ‘왕(王)’ 자처럼 행보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대선이 끝난 지 10여 일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아직 취임도 하지 않은 대통령 당선인을 향해 민주당 지도부가 매일처럼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22일 오후 청와대와 윤석열 당선인의 집무실이 있는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이 각각 불을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도 방송과 SNS 등을 통해 윤 당선인을 향한 공세를 계속하고 있다. “점령군 행세를 한다” “잘못된 믿음이 의식을 지배하게 되면 불행이 온다” “항간에 요상한 소리들이 돌아다닌다” “칼사위를 들이민다” “망나니들 장난질”이라는 등이다.

선거에서 승패가 갈리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 최소한 두세 달은 여야가 서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것이 관례였다. 민주주의가 정착된 나라들 대부분이 지켜온 정치적 예의였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었다. 통상 이를 ‘허니문 기간’으로 부르기도 했다. 정권 교체기 안정적 국정 이양을 돕는 기간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선거 며칠 뒤부터 당선인 측의 행보 하나하나에 대해 선거운동 때와 같은 비난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 무산, 인수위 인선, 청와대 조직 개편 등 빠지는 적이 없다. 청와대 탁현민 비서관은 “청와대 안 쓸 거면 우리가 그냥 쓰면 안 되냐”고 조롱하기도 했다.

0.73%p 차 박빙으로 승패가 갈린 대선 결과에 대한 불복 심리가 작용하는 것일 수도 있다.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대비해 민주당이 일찌감치 대치 전선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선거 직후조차 허니문은커녕 정쟁만 계속하는 모습을 보며 통합과 협치는 불가능할 것 같다는 우려까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