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베드로병원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14일부터는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PCR 양성 확진과 동일하게 관리한다고 밝혔다. / 뉴시스

지난 11일 전 세계 코로나 확진자 수가 181만명이었는데, 한국이 그중 21%인 38만여 명이었다. 국내 누적 사망자는 1만명을 넘어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성공한 방역 모범국”이라고 해왔는데 이젠 세계가 주시하는 코로나 위험국이 됐다. 그런 속에서도 정부는 중환자 병상은 남아돈다며 안심하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병원 등 상급 종합병원에선 이미 중증 병상에 여유가 없다고 한다. 의료 현장에선 병상을 못 찾아 전전하는 중증 환자가 적지 않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지금 추세라면 하루 확진자가 어디까지 늘어날지조차 장담할 수 없다. 김부겸 총리는 지난 11일 “주간 평균 하루 37만명에서 정점을 맞을 것”이라고 했지만 바로 그날 확진자가 38만명을 넘었다. 김 총리는 지난 1월엔 “3만명”, 지난달 25일엔 “25만명”이 정점일 것이라 했지만 번번이 빗나갔다. 정부는 이런 자기최면 같은 낙관적 전망을 토대로 방역 해제와 거리 두기 완화에 나서고 있다. 검사, 추적, 확진자·접촉자 격리 등을 풀었고, 카페·식당 영업도 오후 11시까지 허용해 방역 규제가 없다시피 하다. 확진자 추세가 압도적 세계 1위인데 각자 알아서 감염되지 말라며 방역에서 손을 놔버린 것이다.

정부가 막아줄 능력이 없으면 국민에게 경각심이라도 줘야 한다. 정부는 반대로 ‘오미크론은 독성 약하다’ ‘조만간 정점 도달한다’고 희망 메시지를 퍼뜨리는 데 열중이다. 그러는 한 달 사이 사망자 규모는 7배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하루 확진자가 40만명을 넘기고, 사망자는 300~400명에 달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부는 오늘부터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오면 추가 PCR 검사 없이 바로 확진자로 분류해 치료약도 처방하기로 했다. 신속항원검사에서 확진자로 분류된 사람 중 미감염자가 5% 정도라고 한다. 하루 수천~수만 명이 확진자가 아닌데도 확진자로 판정되는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미감염자에게 치료약을 줘도 괜찮은 것인지, 미감염자가 확진자와 같은 병실에서 치료받다가 감염되는 상황은 운이 나쁜 것으로 받아들이라는 뜻인지, 갈수록 납득할 수 없는 정책들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