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황제조사/TV조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기자들을 대상으로 7차례 통신 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통신의 비밀은 헌법이 규정한 국민의 기본권이다. 공수처는 이름 그대로 고위 공직자의 범죄를 수사하기 위해 설립됐다. 기자는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아니다. 그런 국가기관이 고위 공직자가 아닌 기자를 상대로 영장을 청구하면서까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수사를 했다. 그것도 김진욱 공수처장의 이른바 ‘황제 조사’ 의혹을 보도한 기자 1명을 상대로 4차례 통신 영장을 청구했다고 한다. 언론 보도 때문에 공수처장이 망신당했다는 이유로 시민의 통신 기록을 뒤진 것이다. 명백한 보복 사찰이자 직권남용이다. 공수처가 무리하게 청구한 영장을 수차례 발부한 판사의 처사는 더욱 이해할 수 없다.

통신 영장은 누구와 통화했는지, 카카오톡과 같은 소셜미디어 활동 내역 등을 들여다볼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이다. 한마디로 한 개인의 휴대폰을 터는 것이다. 공수처는 이 영장을 가지고 전방위적, 무차별적으로 전화 뒷조사를 벌였다. 기자의 가족, 친구와 취재원까지 개인 정보 조회를 당했다. 이런 식이라면 국민 모두가 공수처 수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민간인 사찰 DNA가 없다’고 한 문 정부가 벌인 일이다.

황제 조사 의혹은 작년 3월 공수처가 문재인 대통령 수족이라는 이성윤 고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조사하면서 김진욱 공수처장의 관용차로 이 지검장을 에스코트한 일을 말한다. TV조선이 이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보도하자 공수처는 이 영상을 흘린 사람을 잡는다고 기자에게 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이 영상은 공공기관이 아닌 개인의 소유물이었다. 기자가 얼마든지 영상을 입수할 수 있었다. 공수처는 또 이 고검장 공소장을 입수해 보도한 중앙일보 기자들을 상대로도 통신 영장을 청구했다. 공소장은 공개되는 것이다. 이를 보도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다. 유출한 사람은 오히려 이 고검장의 핵심 참모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참모에 대한 수사는 하지 않고 엉뚱한 기자를 상대로 영장을 청구했다. 이 고검장이 문 대통령의 수족과 같은 친정권 검사가 아니었다면 이런 무리한 수사를 했겠나.

법원은 공수처가 청구한 영장을 일부 발부를 포함해 6번 발부했다. 법조계에선 ‘이례적’이라고 한다. 법원은 강제수사인 영장을 국민 기본권과 과잉 금지 원칙 등을 면밀히 살펴 최소한의 범위에서 발부해야 한다. 공수처의 보복 수사를 돕기 위해 기자들의 휴대전화를 털라고 준 권한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