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 문재인 대통령과 이집트를 공식 방문 중인 김정숙 여사가 20일(현지 시각) 카이로 세인트레지스 호텔에서 열린 이집트 한국문화 홍보 전문가들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22.1.21/뉴스1

문재인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 동행했던 김정숙 여사가 이집트에서 비공개로 피라미드를 찾았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김 여사는 지난달 21일 카이로에서 문 대통령 없이 이집트 문화부 장관과 함께 피라미드를 둘러봤다고 한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은 공개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당시 이를 공개하지 않았고 이후에도 숨겼다가 언론 보도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집트 정부의 피라미드 방문 요청이 있었고, 양측 간 협의로 비공개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집트 정부가 관광 활성화 차원에서 요청했다는데 그런 행사를 비공개로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집트 정부는 김 여사만 가는 것이나 그것을 비공개해야 한다는 데 대해 무척 의아해 했다”고 했다. 결국 ‘코로나 확산 속 관광성 외유를 갔다’는 비판이 두려웠던 청와대가 김 여사만 피라미드 구경을 가게 한 뒤 이를 숨긴 것이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은 국제 외교와 국익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순방을 많이 간다고 나무랄 일은 아니다. 다만 뚜렷한 목적이 있고 일정도 투명해야 한다. 더구나 코로나로 대부분 국민이 해외 관광에 나가지 못한 지 2년이 넘었다. 이런 상황인데 대통령 부인이 비공개로 하면서까지 관광을 해야 하나. 이 정도 분별은 있어야 하지 않나. 그런데 이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자 청와대는 상식에 맞지 않는 변명을 하면서 야당과 언론 탓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 순방 때마다 ‘외유’ 논란이 끊이지 않은 것은 방문 목적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8년 체코 방문 때는 ‘원전 세일즈’ 목적이라고 했다가 ‘중간 급유’라고 오락가락했다. 체코 대통령 부재 상황에서 총리와의 만남도 ‘회담’에서 ‘비공식 면담’으로 바뀌었다. 작년엔 호주 총리와 세 번 정상회담을 하고도 12월에 또 다시 호주를 방문했다. 유럽 방문국에선 거의 빼놓지 않고 유명 성당을 찾는다.

청와대는 이번 중동 순방 때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사실을 숨겼다. ‘외유성’ 지적에는 “문 대통령 만나자고 요청한 나라가 30개 이상 줄 서 있다”고 허세를 부렸다. 이러니 ‘김정숙 여사의 버킷리스트’라는 말이 나온다. 모두 청와대가 자초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