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지난 12월 정례회의에서 금리 조기 인상과 유동성 회수를 동시에 진행하는 '쌍끌이 긴축' 방안을 논의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전 세계 증시가 동반 급락했다. 미국발 금리 상승과 금융 긴축은 가계 부채와 자산 버블 문제가 심각한 한국 경제로선 초대형 위험 요소다./AFP 연합뉴스

미국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오는 3월에 금리 인상과 유동성 회수를 함께 진행하는 ‘쌍끌이 긴축’ 방안까지 논의한 것으로 드러나자 전 세계 금융시장이 충격에 빠졌다. 미국 증시가 추락하고, 한국 등 아시아 증시도 동반 급락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미국이 제로(0) 금리와 양적 완화 정책을 주도했고, 여기에 코로나가 터지면서 막대한 유동성이 글로벌 금융·부동산 시장에 공급됐다. 앞으로 미국이 돈줄을 조이면 전 세계에 뿌려진 달러 투자금이 미국으로 역류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곳곳에서 긴축 발작이 일어날 것이다. 1997년 초 미국이 금리를 올리며 통화 긴축 정책을 펼치자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에서 달러 투자금이 대거 유출되면서 동아시아 외환 위기가 발생했다. 한국의 외환 위기도 이 연장 선상이었다.

우리는 4600억달러 규모의 외환 보유액을 갖고 있어 외환 위기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미국발 금리 상승과 금융 긴축은 1800조원대 가계 부채를 떠안은 한국 경제에 충격파를 던질 것이다. 가계 빚 대부분은 시장 금리에 따라 대출 금리가 자동적으로 오르는 변동 금리 대출이다. 시장 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이자 부담이 연 18조원 더 늘어난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600만 자영업자들이 빈사 상태에 놓여 있는데, 이들의 빚이 887조원에 이른다. 게다가 기업 10곳 중 4곳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좀비’ 기업들이다. 가파른 금리 상승이 가계 부채 폭발, 기업 파산, 부동산 버블 붕괴를 촉발할 수 있다. 정부도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다. 금융감독원장은 “한계 기업, 자영업자 부실 확대, 자산 버블 붕괴 등 다양한 리스크가 일시에 몰려 오는 ‘퍼펙트 스톰’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런데 정부는 이해하기 힘든 엇박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발 긴축 발작에 대비해 재정 여력을 최대한 확보해도 부족할 판에, 선거용 돈 살포에 여념이 없다. 문재인 정부 5년간 국가 채무를 400조원이나 늘린 것도 모자라 올해도 사상 최대 규모인 607조원 예산을 빚을 내 편성했다. 대선 승리에 목맨 여당은 새해 예산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뿌리겠다며 30조원 규모 추경을 추진하고 있다. 선거밖에 보이는 것이 없는 것 같다.

민주당 대선 후보는 “선진국들은 국가 부채 비율이 110%를 넘는데 한국은 국가 채무 비율이 45%에 불과하다”면서 재정 지출을 대폭 더 늘릴 것을 주문하고 있다. 우리가 국가 부도 사태를 당했던 1997년 당시 한국의 국가 채무 비율은 12%에 불과했다. 국제 금융시장이 냉혹하다는 사실을 잊고 방만하면 어떤 일이든 벌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