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의원들이 2022년도 예산안 표결을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민주당이 대선 직전인 2월 임시국회에서 최대 30조원 규모의 추경 예산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선 후보가 소상공인 선(先)지원을 위한 추경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애초 난색을 표하던 정부도 국회 처분에 따르겠다고 물러섰다. 여기에 선거를 앞둔 야당도 동조하고 있어 사상 초유의 ‘2월 추경’이 현실화할 전망이다.

추경은 본 예산을 짤 때 미처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나 경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대응하기 위한 비상 조치다. 코로나 사태는 2년이 넘어 예상 못 한 재해나 위기가 아니다. 외환 위기 당시인 1998년 ‘3월 추경’을 편성했던 것보다도 빠르다. 지금이 국가 부도 사태보다 더 큰 위기는 아닐 것이다. 올해 본 예산을 빚까지 내 사상 최대인 607조원으로 편성한 것도 코로나 때문이다. 그런데 두 달 만에 무슨 새로운 위기가 발생했다고 추경인가. 선거가 없었어도 이런 무리한 일을 했겠나.

새해 예산이 집행되기도 전에 또 추경을 추진하는 것은 예산 607조원이 말로만 ‘코로나 대응’이었고 실제로는 엉뚱한 곳에 세금을 퍼붓고 있다는 사실을 자인하는 것이다. 코로나 피해는 2년 넘게 이어져 온 것으로 결코 갑자기 새롭게 등장한 문제가 아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추가 지원이 필요하면 607조원이나 되는 기존 예산의 내용을 변경하면 된다. 그런 구조 조정은 표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절대 하지 않는다.

문 정부는 집권 후 5년 동안 한 해도 빠짐없이 추경을 편성했다. 이번 ‘2월 추경’까지 실현되면 열 번째다. 6·25전쟁이 발발한 1950년 전비 조달을 위해 일곱 차례 추경을 짠 이후 최다 기록이다. 5년간 편성하는 추경 규모가 총 160조원을 웃돌게 된다. ‘2월 추경’을 전액 적자 국채로 충당하면 국가 채무는 올해 1100조원에 육박하고 GDP 대비 비율은 51%로 높아지게 된다. 방만은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

이도 모자라는지 이재명 후보는 예산 편성권을 기획재정부에서 분리해 청와대나 총리실 직속으로 바꾸겠다는 공약을 걸었다. 정치권 요구에 미약하게나마 원칙을 들어 제동을 거는 기재부의 견제 기능까지 없애고 마음대로 빚을 내 돈을 뿌리겠다는 것이다. 지난 4년 동안에도 국가부채가 매년 100조원꼴로 늘어났는데 청와대가 예산을 짠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