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희망 온(ON) 참여기업 대표 초청 오찬 간담회'를 마친 뒤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정우 포스코 그룹 회장, 최태원 SK주식회사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문 대통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구현모 KT 대표이사/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삼성·현대차 등 6대 그룹 총수를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기업의 몫이고 정부는 최대한 지원할 뿐”이라고 말했다. 지극히 당연한 기초 상식이다. 그런데 이 발언은 지난 5년 내내 문 정부가 해온 언행과 정반대여서 사람들을 어이없게 한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 주재한 청년 일자리 점검 회의에서 “각 부처에 ‘일자리는 민간이 만드는 것이다,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식의 고정관념이 많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를 질타했다. 정부가 ‘모범 고용주’가 되어 공공 부문 일자리를 대량 창출하라고 했다. 실제 공무원 17만명 증원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끝까지 고집했다. 취임 이틀 만에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0)’를 1호 지시로 시달하기도 했다.

반면 일자리 창출의 주체여야 할 민간 기업들에 대해선 친노조 규제로 족쇄를 채웠다. 최저임금을 급속 인상하고 세계에서 가장 경직적인 주 52시간제를 밀어붙였다. 노동·환경·화학물질 등의 규제법에서 대표이사까지 형사 처벌하는 조항이 무려 2000개에 이른다. 산업 재해가 발생하면 무조건 기업 경영진을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선 중소 제조업체의 54%가 “법 준수가 불가능하다”고 응답할 정도다. ‘불가능하다’면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뜻인데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기업이 고용을 의욕적으로 늘리나.

지난 5년 내내 질 좋은 민간 일자리는 사라지고 질 나쁜 세금 일자리만 대거 늘었다. 주 40시간 이상 일하는 풀타임 일자리가 3년 새 무려 200만개 사라지고 제조업과 젊은 층 일자리가 급감했다. 5년간 120조원을 쏟아부어 450만개의 세금 일자리를 만들었지만 풀 뽑기, 휴지 줍기 같은 노인 알바 일자리가 대부분이었다. 비정규직은 150만명이나 늘어났고, 비정규직 비율은 2017년 32.9%에서 올해 38.4%로 높아졌다. 25~34세 청년 고용률은 OECD 37국 중 31위의 하위권을 헤매고 있다. ‘고용주’가 되겠다는 정부에서 참담한 고용 참사가 벌어졌다.

그런데도 정부는 숫자만 부풀린 통계를 내세우면서 “일자리 시장이 거의 회복”이라느니 “정책 성과가 나타났다”면서 현실을 호도해왔다. 그렇게 5년 내내 ‘관(官) 주도’ 일자리 정책을 밀어붙이더니 임기 말에 느닷없이 “좋은 일자리 창출은 기업의 몫”이라 한다. 잘못은 자신이 해놓고 책임은 남이 지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