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교육부가 개최한 백신 포럼에 참석한 유은혜 교육 부총리. /교육부 TV

문재인 정부 들어 각종 명목의 위원회가 남발되면서 대통령 산하와 중앙 부처 등에 설치된 정부기관 위원회가 처음으로 600개를 넘어섰다. 지자체 산하 위원회는 무려 2만7000개에 달하고, 이들 위원회에 속한 위원 수만 30만명에 육박한다. 정부와 공무원들이 주요 사안에 대해 책임지지 않고 외부로 결정을 떠넘기는 일이 관행처럼 반복되면서 세계에서 유례없는 ‘위원회 공화국’을 만든 것이다.

위원회 난립은 역대 정부에서도 논란이 됐지만 문 정부 들어 급증세를 보였다. 이전 정부까지 550개 안팎이던 정부기관 위원회가 올해 622개로 늘었다. 지자체 위원회는 최근 5년간 연평균 1000개씩 새로 생겼다. 정부기관 위원회의 약 10%인 70곳과 지자체 위원회의 25%인 6750개는 지난 1년간 회의를 거의 열지 않았다. 유아교육보육위원회, 군공항 이전사업 지원 위원회, 국제경기대회 지원 위원회,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처분시설 유치지역 지원 위원회 등이 그런 곳이다. ‘위원회’ 명칭이 붙은 조직이 하도 많아 무엇을 하는지조차 모를 곳이 허다하다.

정부나 지자체들은 정책 개발과 전문가 의견 청취를 위해 위원회를 만든다고 하지만 실은 책임 회피가 주목적인 경우가 많다. 정부가 대입 제도를 개혁한다면서 직접 결정하는 대신 교육부에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떠넘기는 바람에 별다른 변화도 없는 용두사미가 되고 말았다. ‘신고리 공론화위’는 정권이 추진하는 ‘탈원전’의 여론몰이용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2050 탄소중립위’도 위원 수가 97명에 달해 실질적인 논의보다는 정책을 합리화하려는 용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구성한 ‘코로나 일상회복 지원위’도 정부의 책임 회피용으로 전락했다는 말이 나온다. 위원회 내에서 강력한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는 의료·방역 전문가와 이에 반대하는 소상공인 간 충돌이 계속되고 있는데, 정부는 오락가락 늑장 대응을 반복하면서 이 위원회의 의견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전형적인 ‘면피성’ 행정이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지자체 위원회에선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위원회 난립은 책임지려는 의지도, 능력도 없는 무능·무책임 정부가 만든 코미디 같은 현상이다. 국민이 세금을 내고 싶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