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가운데) 국민의힘 대선후보, 이준석(왼쪽), 김병준(오른쪽)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페이스북에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라는 짧은 글을 올린 뒤, 11월 30일 예정된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휴대전화도 꺼놓은 상태로 외부와 소통도 거부하고 있다. 윤석열 후보 선대위에서 상임선대위원장과 홍보·미디어본부장도 맡고 있는 그는 선대위와 당무 활동을 당분간 중단할 것이라고 한다. 윤 후보 선대위는 당 경선 승리 이후 김종인·김병준·김한길 등 평균 연령 72세 원로급 인사 영입 갈등으로 한 달 가까운 시간을 허송했다. 급기야 대선을 코앞에 두고 당대표가 후보 측과 충돌하다 잠적하는 전대미문의 일까지 벌어졌다.

이 대표는 윤 후보 측이 자신을 무시한다는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해왔다. 선대위 출범 이후 첫 지방 일정이었던 윤 후보의 충청권 방문에 자신도 동행하기로 돼 있다는 사실을 언론을 통해 알게 됐다는 것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는 과정에서도 이 대표는 반대했다. 자신이 주장해 왔던 김종인 영입이 무산된 것이 이 대표의 근본 불만이라고도 한다.

이 대표가 윤 후보와 불협화음을 빚는 일이 몇 번째인지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다. 대선을 앞둔 정당에서는 대선 후보의 의중과 선택에 최우선순위를 둘 수밖에 없다. 설사 서로 뜻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할지라도 내부적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상례인데 지금 국민의힘은 여당 후보와 싸우는 것보다 당 내부 싸움이 더 치열할 지경이다. 이 대표는 그런 당내 싸움을 외부에 전달하는 스피커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듣고 있다.

이 대표를 포함한 당내 여러 이견들을 수습해 하나의 팀으로 선대위를 이끌어야 할 책임은 윤 후보에게 있다. 이 대표는 늙고 낡았던 야당에 ‘이준석 현상’이라는 새바람을 일으키며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어모은 귀중한 자산이다. 식상한 인물들을 선대위에 배치한 윤 후보가 정작 이 대표와는 감정 싸움만 한다면 그것이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치겠는가. 그로 인한 피해는 누가 보겠나. 다수 국민은 정권 교체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계속 이런 식이면 그런 민심도 흔들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