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올하반기에 하겠다던 통계청의 통계 분식 의혹에 대한 감사를 코로나를 핑계로 미루는 등 대선을 앞두고 정권에 민감한 사안은 뭉개고 회피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최재해 감사원장이 국회에 출석해 자료를 살피는 장면./뉴시스

감사원이 통계청의 각종 통계 분식 의혹에 대한 감사를 계속 뭉개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2월 국회에서 야당 의원이 2018년 소득분배 지표, 2019년 비정규직 통계에 대한 분식 의혹을 제기하자 올해 하반기 중 감사에 나서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계속 미루다 이제 와선 “코로나로 정기 감사 일정이 밀려 올해는 힘들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는 대선을 앞두고 정부의 통계 왜곡 사실이 드러날까 우려한 것 아닌가.

문재인 정부 들어 각종 통계 조작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2018년 1분기에 하위 20% 소득이 8%나 격감하고 그해 8월 취업자 증가 폭이 5000명대로 추락했다는 통계청 통계가 발표됐다. 문 대통령이 밀어붙인 이른바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결과였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이 정부 공식 통계 대신 보건사회연구원이 근로자가 있는 가구만 따로 추려내 만든 통계를 인용하며 “최저임금 인상은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말해 국민을 어이없게 했다. 얼마 뒤 문 대통령은 통계청장을 경질하고 ‘긍정 효과 90%’ 보고서를 만든 인물을 새 통계청장으로 임명했다. 정책이 잘못됐는데 정책을 바꾸지 않고 통계청장을 바꾼 것이다. 청장이 바뀐 뒤 통계청은 소득 통계의 표본 수, 조사 기법 등을 변경해 과거 소득과 비교하는 것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렸다.

2019년 10월 비정규직 근로자가 1년 새 87만명이나 늘어났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자 통계청은 “본인이 비정규직인 줄 모르고 있다가 (고용조사 과정에서) 뒤늦게 깨달은 근로자가 35만~50만명에 달한다”는 기발한 해석을 내놨다. 지난해 2월엔 코로나 사태로 노인 알바 일자리의 63%가 중단됐는데도, 이들을 ‘일시 휴직자’로 간주해 취업자로 둔갑시켰고 이를 근거로 60세 이상 취업자가 57만명 늘어났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통계는 정책의 기초다. 엉터리 통계로는 제대로 된 정책을 수립할 수 없다. 통계 왜곡은 국가적 범죄 행위인데, 감사원은 숙제를 외면하고 있다. 지난 6월 최재형 감사원장 사퇴 이후 감사원은 정권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은 철저히 회피하고 있다. 시민단체 등이 지난 2월 금강·영산강 보 해체, 6월엔 백신 조기 도입 실패에 대한 감사 청구를 제출했으나 아직도 뭉개고 있다. 지난 4월엔 TBS가 감사 대상이라고 했다가 정작 감사 청구가 들어오자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면서 행정안전부에 떠넘겼다. 지난달엔 ‘대장동 게이트’ 관련 공익 감사가 접수됐는데 묵묵부답이다. 이제는 주요 감사를 대선 뒤로 넘기려는 행태까지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