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전 국무회의가 열린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뉴시스

중국발(發) 요소수 공급 대란으로 화물 트럭들이 운행 중단 사태에 몰리는 등 물류 대란 위기가 코앞에 닥쳐왔다. 차량 수송용으로 필요한 요소가 연간 8만t인데 정부가 긴급 확보한 물량은 이틀 치뿐이다. 정부는 10여 국에서 요소 1만t을 추가 수입하는 방안도 협의 중이라는데 이것도 한 달 반 치 물량에 불과하다. 그나마 언제 확보될 수 있을지 기약조차 없는 상황이다.

중국산 의존도가 97%에 달하는 요소수 대란의 전조는 지난여름부터 있었다. 중국과 외교 마찰을 빚은 호주가 대중국 석탄 수출을 줄이자 석탄에서 추출하는 요소 국제 가격이 몇 개월 전부터 급등했다. 급기야 중국 정부가 지난달 11일 요소, 인산 등의 품목을 별도 검역이나 검사 없이 수출하지 않겠다고 발표하고 나흘 뒤부터 곧바로 수출 중단 조치에 들어갔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도 정부는 3주일이 지난 이달 초에야 상황 파악에 나섰다. 요소수 사태의 조짐이 시작됐을 때부터 선제적으로 대처했다면 지금 같은 위기로는 번지지 않았을 것이다. 김부겸 총리도 국회에서 “정부가 초기에 적극성을 가지고 대응했다면 상황이 악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았겠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아프게 반성한다”고 했다.

이 사태가 언제 풀릴지도 모른다. 정부의 신속 통관 요청에 중국은 “연구 검토하고 있다”고만 답하면서 명확한 수출 재개 시점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토록 중국에 저자세 외교를 했는데 왜 이 지경인가. 중국 매체들은 “한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의 지위를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는 등 ‘요소수 외교’로 공공연히 압박하는 지경이다. ‘사드 보복’ 때를 연상케 한다. 요소수뿐 아니라 특정 국가 의존도가 80% 넘는 수입품 3941개 가운데 거의 절반(1850개)이 중국산이다.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우리 산업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언제든 그럴 나라다.

2년 전 일본이 반도체 소재 등의 수출 규제에 나섰을 때는 ‘죽창가’까지 외치며 강경 대응에 나섰던 정부가 중국에 대해서는 입 다물고 선처만 기다리고 있다. 물류뿐 아니라 자동차·철강·건설·유통 등 전 산업 분야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화력발전소 20여 개의 요소수 재고가 한 달 치밖에 안 남아 자칫 전력 부족 사태를 빚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나친 불안감을 갖지 말라”고 한다. 정부가 대책을 내놓아야 불안감이 없어질 것 아닌가. 요소수 사태는 국민이 세금을 내는 이유, 정부의 존재 이유를 의심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