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한 화천대유자산관리는 분양가상한제도 적용받지 않았다. 그래서 분양 매출 2699억원을 더 챙겼다고 시민단체는 주장한다. 이 자금이 정체불명의 세력에게 흘러들고 있다./연합뉴스

대장동 개발을 주도한 ‘화천대유’에 미국 조세 회피처에 있는 페이퍼 컴퍼니 자금이 유입됐다고 한다. 2018년 화천대유에 152억원을 대출한 이 회사는 연 18%의 금리 이자 37억원을 원금과 함께 돌려받고 이듬해 해산했다. 2018년은 화천대유가 국내 금융사들로부터 7000억여원을 빌려 자금 사정이 넉넉했을 때다. 당시 화천대유가 은행 차입금에 적용한 금리는 연 4.25%였다. 고리대 수준의 금리를 지불하면서 조세 피난처에서 정체불명의 괴자금을 끌어온 이유는 무엇인가.

이 돈은 미 페이퍼 컴퍼니를 거쳐 국내 증권사로 들어온 뒤 다시 국내 은행에 유입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화천대유에 대출됐다. 돈의 실제 주인을 감추기 위해 적지 않은 수수료를 지불하면서까지 몇 겹의 장막을 친 것이다. 돈의 실제 주인과 대장동 투기세력은 특별한 관계가 있을 것이다.

화천대유의 자금 흐름은 비상식적이기 짝이 없다. 2018년 화천대유는 국내 투자자문회사에서 빌린 351억원을 돌연 투자금으로 바꿔 1357억원으로 추정되는 대장동 2개 블록 아파트 분양 수익을 보장했다. 원금의 3배 가까운 1000억원을 차익으로 안긴 것이다. 화천대유는 다른 투자자문사가 빌려준 100여억원 역시 투자금으로 전환해 아파트 분양 수익을 보장했다. 형식만 대출이고 투자일 뿐 돈을 그냥 퍼준 것과 다름없다. 화천대유가 이런 방법으로 막대한 이익을 안긴 전주(錢主)들 가운데 지금까지 드러난 사람은 한두 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여전히 이중 삼중의 장막 뒤에 숨어있다. 대장동 의혹의 실체를 밝혀줄 더 큰 세력일 가능성이 높다.

대장동 투기세력은 택지 분양 배당금만 4000여억원을 챙겼다. 경실련은 택지에서 앞으로 1300억원을 더 챙길 것으로 보고 있다.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으로 유입되고 있는 이 자금의 최종 목적지도 일부만 드러났다. 이와 함께 대장동 투기세력은 별도의 특혜성 아파트 분양 사업을 통해 4500여억원을 더 챙기고 있다. 페이퍼 컴퍼니 등을 통해 들어온 정체불명의 세력이 이 돈을 나눠 먹고 있다.

‘숨는 자가 범인’이라고 한다. 대장동 사업에 누구의 돈이 투입됐고 그 결과 얻은 수익이 누구에게 얼마나 돌아가고 있는지 추적하면 ‘그분’으로 지칭되는 몸통이 드러날 수 있다. 검찰이 돈 흐름 수사를 미루는 것은 이 몸통을 찾지 않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