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는 홈페이지에 신청 안내문을 올리면서 "가해자를 특정할 수 없으면 국군, 경찰 등으로 기입해도 되나요"라는 질문에 "네 맞습니다"라고 적었다. 지난달 국감에서 문제가 되자 삭제했다. /조선일보 DB

과거 민간인 희생 등을 규명한다고 설치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위가 학살 피해자 유족에게 ‘가해자 특정이 어려울 경우 국군·경찰로 써넣어라’라고 안내한 사실이 드러났다. 홈페이지에 신청 안내용 문답을 올리면서 “사건 가해자를 특정할 수 없는 경우 국군, 경찰 등으로 기입해도 되나요”라고 묻고는 “네 맞습니다. 무방합니다”라고 답했다. 6·25 전후 학살 사건에서 누가 죽였는지 불분명하면 국군·경찰이라고 쓰면 된다고 한 것 아닌가. 문제가 되자 ‘실수’라며 문답을 내렸다.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실에 따르면 6·25 때 국군에 총살됐다고 유족이 신청한 피해자를 확인해보니 북한군에 납치된 사람이었다고 한다. 가해자가 북한군에서 국군으로 뒤바뀐 것이다. 과거사위에서 국군·경찰이 범인이라고 하면 유족은 국가 상대 소송으로 1억원이 넘는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인민군이 가해자가 되면 북한이 보상해야 하기 때문에 돈을 받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북한군이나 반란군에 희생된 피해자 일부 유족이 ‘군·경 학살 피해자’라고 입장을 바꿔 보상을 신청한 경우도 있었다. 김 의원은 “남침한 북한군이 아닌 국군·경찰 손에 죽었다는 피해 신청만 늘고 있다”고 했다. 기가 막힌다.

지난 5월 과거사위 위원장은 탈북해온 아흔 살 6·25 국군 포로와 면담에서 ‘거제도 수용소에 있던 중공군 포로의 피해에 관심이 많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 국군 포로는 탈북 전까지 수십 년간 노예 취급을 받았다. 북한·중공군은 트라우마일 것이다. 이런 분 면전에서 어떻게 ‘중공군이 당한 피해’ 운운하며 상처에 소금을 뿌릴 수 있나.

노무현 정부에서 만든 과거사위가 들춰내려는 민간인 피해의 80% 이상이 국군·미군·경찰을 가해자로 다룬다. 반면 북한군의 잔혹 행위는 거론하려 들지 않는다. 이젠 가해자를 국군과 경찰로 몰고 가려는 행태까지 보이고 있다. 전 세계에서 이런 나라는 한국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