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영국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 기후총회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한국은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18년 배출량 대비 40%로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2030년 목표는 26.3% 감축이었다. 선진 G7 국가들 감축 목표를 2018년 대비로 환산하면 대체로 비슷한 수준이긴 하다. 하지만 유엔이 전체 143국의 목표치를 집계한 결과 2030년 배출량은 2010년과 대비해 9% 정도 낮아지는 것에 불과했다. G7 외의 대부분 나라들은 느슨한 감축 계획을 제시한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굳이 ‘40% 감축’을 고집했다. 이 차이가 우리 산업과 경제에 미칠 파장은 엄청난 것이다.

2030 감축 계획은 일단 제시하면 향후 더 강화시킬 수는 있어도 뒤로 물러설 수는 없게 돼 있다. 임기 만료가 임박한 문 대통령의 대외 약속이 향후 10년간 우리나라에 돌이킬 수 없는 대못이 돼버렸다.

이번 기후총회는 중국·인도·러시아 등 세계 1·3·4위 배출국들이 상향 목표를 제시하지 않거나 미온적으로 임해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종전 계획을 뚜렷이 강화한 목표를 제시한 것으로 한국이 부각될 정도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나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도 한국의 목표 상향을 높이 평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것으로 문 대통령 개인은 체면을 세우게 됐다.

우리도 경제 위상이 높아진 만큼 기후 위기 대처에 기여해야 한다. 그러나 제조업 비중이 높은 경제 구조나 기후 위기를 초래한 역사적 책임에서 G7 수준만큼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야 했다. 2030 계획은 각국 정부 자율로 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얼마든지 유연한 내용을 담을 수 있었는데도 문 대통령이 외국의 시선을 의식해 무리한 목표를 설정했다.

문 대통령 개인이 기후총회에서 찬사를 받은 그 대가는 전부 국민이 지불해야 한다. 게다가 문 정부는 2030년까지 현재 24기 원전 가운데 10기를 폐로시키는 등 탈원전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온실가스를 태양광의 4분의 1밖에 배출하지 않는 무탄소 에너지원인 원전을 대폭 줄여가면서 2030 계획은 이행하기도 어렵고 무리하게 이행하려 들면 기업과 국민에게 큰 고통이 될 것이다. 이 ‘40% 감축’ 약속은 엎질러진 물이어서 어쩔 수 없다. 다음 정부가 들어서면 이 뒷감당을 어떻게 할지가 큰 문제가 될 것이다. 탈원전은 당연히 백지화해야 한다. 산업과 경제를 모르는 대통령의 경솔하고 무책임한 행동을 개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