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13일 오후 서울역 앞 도로에서 카카오 래핑을 한 택시가 줄 서 있는 일반택시들 앞을 지나가고 있다. 카카오 콜을 받지 않는 택시들은 승객을 기다리기 위해 길게 줄을 섰지만, 카카오 택시 중에는 줄 서서 대기하는 차량이 없었다. / 오종찬 기자

정부와 여당의 규제 움직임에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가 이틀 연속 급락, 18조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금융 당국이 두 기업의 금융 자회사가 제공하는 금융 상품 비교·추천 서비스에 대해 법 위반 우려가 있다고 제동을 건 것이 표면적 이유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택시 호출 서비스인 카카오T가 시장을 80% 이상 장악한 뒤 갖가지 수수료를 떼면서 택시 기사와 승객 양쪽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자 정부와 여당이 이 기업들을 비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정권의 ‘재벌 때리기’가 플랫폼 기업 규제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시장 독점력을 무기로 막대한 수수료 수입을 올리는 카카오T의 사업 모델은 자칫하면 ‘갑의 횡포’가 된다. 여기엔 정부 책임도 적지 않다. ‘타다’ 등 새로운 형태의 운송 사업자를 허용해 경쟁을 유도하는 혁신 대신, 규제 일변도로 기존 택시 기사들을 보호하는 손쉬운 방법을 택한 것이 바로 정부·여당이다. 카카오T의 지배력은 그 덕에 이렇게 커졌다. 정부가 카카오T를 키워주고선 시장의 불만이 높아지자 일제히 ‘카카오 때리기’에 나섰다. 무책임한 행태다.

구글이 전 세계 검색 시장의 90%를 장악했지만 한국에선 토종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국민 검색 엔진’ ‘국민 메신저’로 사랑받으면서 구글과의 경쟁을 이겨내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고무적인 성공 모델이다. 하지만 동시에 네이버·카카오 같은 플랫폼 사업자가 온갖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골목 상권을 침해한다는 비판도 확산되고 있다.

디지털 대변혁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대세다. 동시에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독점력을 어떻게 제어할 것인지도 세계적 고민거리다. 기술 혁신과 독점 억제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횡포는 막아야 하지만 혁신을 죽인다면 마차 보호한다고 자동차를 죽이는 꼴이 된다. 플랫폼 기업들도 문어발식 확장을 자제하고 소상공인과 소비자를 위한 상생 방안을 더 혁신적으로 내놔야 한다. 그게 혁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