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년3개월만에 기준금리를 올렸다. '미친 집값' 등 자산버블에 제동을 걸기 위해 시중 유동성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정부는 내년 예산도 600조원대 수퍼예산을 편성하는 등 세금뿌리기 규모를 계속 늘리는 엇박자 행보를 하고 있다. 사진은 8월 26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는 장면./연합뉴스

한국은행이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가계부채 급증세에 제동을 걸고, 과잉 유동성에 의한 집값 급등 등 자산 버블 문제를 더 이상 두고 보지 않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던진 것이다. 시중 유동성을 좌우하는 양대 정책 수단인 재정·통화 중에서 통화 쪽에선 정책 노선을 전환하기 시작한 셈이다. 하지만 재정을 책임진 정부는 4년 내내 지속해온 ‘세금 뿌리기’ 노선을 수정할 기미조차 안 보인다. 내년 예산도 600조원대 수퍼 예산으로 편성하고, 20조원 규모 청년 위로 정책 등 선심성 현금 살포 정책을 대거 끼워 넣으려 한다. 둘 간의 엇박자 행보는 욕조에 수도꼭지가 2개 있는데 물이 넘쳐서 한 쪽은 밸브를 잠그기 시작했는데, 다른 쪽은 밸브를 더 여는 격이나 마찬가지다.

최근 1년 새 우리나라의 시중 통화량(광의 통화 M2 기준)은 400조원 이상 불어났다. 유동성 팽창의 주요인 중 하나가 정부의 세금 뿌리기다. 정부는 지난해 4차례 추경을 포함해 579조원의 예산을 뿌렸다. 그 전해보다 씀씀이가 100조원 이상 불어난 것이다. 올해 예산도 작년보다 46조원이나 늘려 편성했는데 벌써 2차례 추경으로 47조를 더 뿌리게 됐다. 그러면서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해마다 100조원 넘게 적자 국채를 발행하고 있다.

문 정부는 ‘미친 집값’에 대한 핑계를 처음엔 다주택자의 투기로 몰다 숱한 대책을 내놓고도 집값을 잡지 못하자 최근엔 ‘과잉 유동성’에서 핑계를 찾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유동성이 풍부해져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몰린다”고 했고, 경제부총리와 국토부 장관도 “과도한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했다. 진단이 그렇다면 정부발 유동성 팽창 요인을 줄여야 할 거 아닌가. 실제 행동은 반대다. ‘세금 살포’ 규모를 해마다 키우고 있다.

정부의 세금 뿌리기가 계속되면 자산 거품을 잡겠다고 금리인상에 나선 통화 정책 효과는 사라지고, 대출 중단과 이자부담 증가로 취약계층의 고통만 가중되는 부작용을 촉발할 것이다. 한국은행 총재가 “통화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정책 공조를 호소하지만, 이 정권이 보조를 맞춰줄 리 없다. 집권연장을 겨냥한 ‘세금 살포’ 행보는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