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미디어혁신특위가 8월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외신기자 간담회를 열고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설명했다./연합뉴스

어느 정권에서나 쟁점 법안은 있었다. 보수 우파 정권이 꼭 필요하다는 법을 진보 좌파가 반대하거나, 진보 좌파가 밀어붙이는 법을 보수 우파가 몸으로 막기도 했다. 외국과 맺는 자유무역협정(FTA)은 도시 지역 의원들은 지지하는데, 농어촌 지역 의원은 결사적으로 막아서곤 했다. 쟁점 법안은 이처럼 정파와 이해관계에 따라 찬반이 갈리는 법이다.

민주당이 오늘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언론징벌법은 집권당 추진 세력과 강성 지지층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찬성하지 않는다. 국내 언론 단체들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관훈클럽과 대한언론인회·한국기자협회·신문방송편집인협회·신문협회·여기자협회·인터넷신문협회 등 언론 단체 7개는 “언론에 재갈을 물린 위헌적 입법 폭거”라는 공동 성명을 냈다. 정권에 우호적인 언론들도 이 법안에 대해서만큼은 우려의 목소리를 분명하게 내고 있다. 시민단체, 법조계, 학계도 강력하게 반대한다. 대통령이 몸담았으며 정권과 한 몸처럼 움직여온 민변마저 “언론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집권당 하는 일 대부분에 입장을 함께해 온 정의당은 언론 단체들과 이 법안에 반대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집권당 일부 의원은 당대표를 찾아가 “언론중재법의 30일 국회 본회의 상정을 미뤄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강성 지지층 눈 밖에 날까 직접 나서지는 못하지만 같은 생각을 하는 의원들은 훨씬 많을 것이다. 대선 주자 몇몇도 대놓고 반대는 못 하지만 “독소 조항이 많이 있고 문제될 소지가 있다”며 걱정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통령과 청와대 역시 집권당이 이 법안을 밀어붙이는 방식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한다.

국제사회에서도 한국의 언론징벌법을 걱정하는 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세계신문협회, 국제언론인협회, 국경없는기자회, 그리고 국내에 거주하는 외신기자클럽도 “언론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법안을 국회에서 강행 처리하려는 움직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는 입장이다. 지구상에서 대한민국 집권당이 추진하는 언론징벌법에 대해 박수 치고 지지하는 집단은 딱 하나 북한뿐이다. 북한의 대외 선전 기관인 ‘우리민족끼리’는 “남조선 국회에서 논의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거짓과 불의를 증오하며 진실과 정의를 지양하는 민심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징벌법은 힘 있는 권력자가 감추려는 어두운 구석을 언론이 들추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는 훌륭한 방패막이가 될 것이다. 권력의 감시와 견제를 핵심으로 하는 민주주의 가치를 정면으로 반하는 법안이다. 민주주의 하겠다는 나라의 민주주의 하겠다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이 법안에 박수 치고 지지할 수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