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강행하려는 ‘언론징벌법’에 대해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당 회의 등을 통해 “민주당으로서 지켜왔던 가치가 훼손되는 것” “애초 입법 취지와 맞지 않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등의 입장을 개진하고 있다. 당 대표에게 직접 찾아가 문제를 제기한 의원들도 있다.

이런 신중론에도 불구하고 당내 강경파들이 강성 친문 지지층을 등에 업고 언론징벌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런데 이들 주도 세력은 자신의 비위가 언론의 취재 보도로 밝혀졌던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이 법을 최초로 제기한 사람은 이스타 항공 500억원대 횡령 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상직 의원이다. 그는 대통령 딸의 해외 이주를 도와준 사람으로 그 대가인지 여당 국회의원이 되고 수사를 피하며 권력의 비호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 의원은 자신에 대한 취재와 보도가 이어지자 “가짜 뉴스와 싸울 수 있는 최소한의 보호 장치”라고 주장하며 징벌적 손해배상 필요성을 주장했다.

언론징벌법을 추진하는 5인방 중에서도 선봉으로 꼽히는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언론이 재개발 지역 부동산 투기 문제를 보도해 청와대 대변인에서 물러났다. 정권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와중에 청와대 대변인으로서 투기를 한 사람이다. 그는 상임위에서 이 법에 독소 조항을 추가하거나 야당의 이의 제기 절차를 무력화하는 데 앞장섰다.

법사위원장 직무대리로서 새벽 날치기 처리를 이끌었던 박주민 의원은 본인이 임대료를 5% 초과해 올릴 수 없게 하는 법을 발의한 뒤, 법 시행 이틀 전 보유 중인 아파트 임대료를 9% 인상한 것으로 확인돼 ‘국민을 속이는 내로남불’로 비판받았다. 이를 취재해 보도한 것도 언론이었다.

언론 보도의 희생양을 자처하는 조국 전 법무장관의 친위 세력들도 언론징벌법을 앞장서 밀어붙이고 있다. 조국 사태 당시 ‘조국 수호 집회’를 주도했던 김용민·김남국 의원이 각각 당 미디어혁신특위 위원장·위원으로 참여해 법안을 만들었다. 조국 가족의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비리와 파렴치는 거의 모두 언론의 취재 보도로 드러난 것이다. 이들이 언론징벌법으로 언론에 그 보복을 하려는 것이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중립적 설문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반대가 찬성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이 법은 언론의 책임성을 높이려는 것이 아니라 언론의 입을 막으려는 것이다. 언론 보도로 비위가 드러난 사람들이 이 법을 밀어붙이는 것이 그 증거다.

이들은 자신 또는 자신이 속한 정치 세력의 비행이 언론 보도로 인해 만천하에 알려지고 그래서 정치적 타격을 입었던 경험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국내외 언론계, 학계, 시민사회는 물론 여권 내부 만류에도 불구하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반민주 폭거에 앞장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