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국 법무부 차관이 27일 오후 충북혁신도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정문 앞에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초기 정착 지원을 발표하는 브리핑을 마치고 고개 숙여 인사를 하는 동안 한 뒤쪽에 있던 직원이 도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우산을 받쳐주고 있다. 이날 강 차관이 발표한 브리핑 자료는 비에 흠뻑 젖었다. /뉴시스

강성국 법무차관이 27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아프가니스탄 특별 입국자 390명에 대한 국내 정착 지원 방안을 브리핑했다. 브리핑은 야외에서 진행했는데 비가 시간당 10mm 안팎 내리고 있었다. 강 차관 뒤에서 법무차관실 보좌진 한 명이 아스팔트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우산을 든 손을 머리 위로 뻗었다. 차관이 비를 맞지 않도록 우산으로 막아준 것이다. 이 직원은 브리핑이 진행되는 동안 그 자세로 우산을 받쳤다고 한다.

이 장면이 전해지자 “생중계하는 행사장에서 이렇다면 평소엔 얼마나 심하겠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조선 시대도 아니고 뭐 하는 짓이냐” “무릎을 꿇게 할 필요가 있느냐” “차관이 상전이냐” “옆에 서서 우산을 들어주면 권위가 떨어지나” “저 사람 가족이 보면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등의 반응도 나왔다. “저래 놓고 무슨 인권 타령이냐”고도 했다. 부장판사 출신인 강 차관은 ‘택시 기사 폭행 사건’으로 임명 5개월 만에 사퇴한 이용구 전 법무차관 후임이다. 그렇다면 몸가짐을 각별히 조심해야 하지 않나. 부하 직원이 뒤에서 무릎 꿇고 우산을 드는 그 상황에서 정말 아무런 문제도 느끼지 못했나.

법무부는 “방송 카메라에 안 보이게 우산을 든 것”이라며 “지시나 지침에 따른 게 전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직원이 차관 옆에 서서 우산을 받쳐주는 것은 생각할 수 없었나. 그것이 불경인가. 이 행사는 한국 정부가 세계 인권에 큰 관심을 갖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래서 일부러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묵는 충북 진천까지 가서 행사를 열었다. 박범계 법무장관은 “이로써 우리는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 옹호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는 국제 대열의 한 축이 되었다”고 했다. 그런 사람들 뒤에서 한 직원은 무릎을 꿇고 우산을 들었다. 21세기 한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느냐는 개탄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