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연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결정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뉴시스

한국은행이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인상한 것은 가계 대출 증가와 부동산 등 자산시장 거품 때문이다. 가계 부채 느는 속도와 집값 상승 폭은 역대 최악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통상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국들이 먼저 금리 조정을 하면 뒤따라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다른 주요국보다 먼저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미친 집값’과 그에 따라 폭증한 가계 부채 위험이 더 이상 놔둘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1370조원이던 전체 가계 대출이 불과 4년 만에 31% 급증해 1800조원을 넘었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이 60% 가까이 차지했다. 나머지 신용대출의 상당 부분도 집을 사거나 전세 보증금 마련하는 데 쓰였다. 국민들이 지난 4년간 집 사고 전세금 마련하느라 ‘영끌 대출’에 매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이른바 ‘벼락 거지’가 된 2030세대가 무더기로 주택 구매에 뛰어들면서 전체 가계 대출 규모를 키웠다. 20대의 은행 대출은 2017년 1분기 16조원에서 올해 1분기 44조원, 30대는 136조원에서 217조원으로 불어났다. 생각지도 못한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금리 인상은 고삐 풀린 대출에 경고 신호를 보내는 효과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부동산 안정 수단이 될 수는 없다. 세계적으로도 금리 인상이나 대출 억제로 집값을 잡은 사례는 없다. 지금도 시중엔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 심리가 팽배해 있다. 금융 당국의 각종 대출 규제 속에서도 집값은 연일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집값을 잡으려면 수요자들이 원하는 곳에 원하는 주택이 충분히 제공된다는 믿음을 시장에 줘야 한다. 그래야 조바심이 사라진다. 정부는 끝까지 이를 외면하고 있다. 세금 폭탄과 대출 규제 등 정권 지지층이 바라는 수요 억제책으로 일관해왔다. 뒤늦게 공공 주도 공급책을 내놓았지만 시장이 원하는 것은 이것이 아니다. 당장 주민들 반대로 곳곳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

대다수 국민은 정부가 짓는 집보다 민간 기업이 짓는 집을 선호한다. 누구든 그렇지 않겠나. 고밀도 민간 재건축·재개발 등을 시행하면 일시적으로 주택 가격을 자극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그 기간을 견뎌내 양질의 주택이 지속적으로 공급된다는 신뢰가 형성되면 집값은 안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