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부채 추이, 각 은행의 대출중단 조치 /자료=한국은행


가계 대출 증가율을 작년 대비 6% 이내로 억제한다는 금융위원회 방침에 따라 일부 은행에서 대출 중단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 한도를 넘긴 농협은행이 11월 말까지 신규 부동산 담보대출을 전면 중단한 데 이어 우리은행도 9월 말까지 전세자금대출을 한시적으로 중단한다. SC제일은행도 일부 부동산 담보대출을 중단했다. 신한, KB국민, 하나은행 등은 아직 대출 한도가 남아있다고 하나 대출 중단 은행 대신 대출 취급 은행으로 자금 수요가 몰리는 ‘풍선 효과’가 생겨 한도가 금세 소진되거나, 금융 당국 눈치를 보느라 나머지 은행들도 대출 축소에 동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 당국은 제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옮겨가는 것도 차단하겠다며 저축은행 등의 대출 통제에도 나섰다.

금융 당국이 강하게 돈줄 조이기에 나선 것은 급증한 가계 대출이 집값을 끌어올리는 주범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정부 들어 집값이 폭등한 것은 사실이다. 4년간 서울 아파트 시세는 거의 두 배로 올랐다. 막무가내로 강행한 임대차 3법 때문에 지난 1년 새 서울 아파트 전셋값마저 평균 1억3000만원 올랐다. 껑충 뛴 전셋값이 집값을 더 밀어올리는 악순환이다.

문제는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 때문에 오른 집값을 잡겠다고 대출을 조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힘없는 서민에게 돌아가게 된다는 점이다. 서울의 원룸 전셋값마저 1년 새 9.3%(1436만원) 올랐다. 청년층이나 서민들이 많이 사는 지역의 원룸 전셋값 상승폭은 3000만원을 웃돈다. 이 돈을 무슨 수로 마련하나. 전셋값이 3억원에서 5억5000만원으로 올랐다는 40대 세입자가 청와대 게시판에 “도둑질·강도질·사기 말고 1년 동안 2억5000만원을 벌 수 있는 일이 어떤 게 있느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가계 부채 급증은 집값이 더 오를까 봐 ‘벼락거지’ 면하려고 빚내 집 사고, 울며 겨자 먹기로 빚내 전세금 마련하느라 빚어진 결과다. 그 돈줄을 무턱대고 조이면 이 사람들은 어떡하란 말인가.

전 국민에게 돈 뿌리며 방만하게 나랏돈 쓰던 정부가 갑자기 가계 부채 관리하겠다며 막무가내로 돈줄을 조이는데 결국은 전세금, 가게 운영비 등 돈 필요한 취약계층만 더 궁지로 내몰게 될 것 같아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