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법 개정안 반대 피켓 든 국민의힘.

문재인 정권이 언론의 허위 보도에 대해 손해액의 5배까지 배상토록 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허위 보도 피해 구제’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실상은 비판 언론의 입을 막으려는 언론 자유 제한법이다.

이 정권은 이 법에 대해 여론이 찬성한다고 한다. 민주당 대표는 “국민 80%가 동의한다”고 했다. 개인 비리로 구속되기 직전 이 법을 밀어붙인 이상직 의원도 “국민 80%가 원한다”고 했다. 올 4월 한 여론조사에서 “허위·조작 가짜 뉴스를 보도한 언론사에 대한 징벌적 손배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80%가 찬성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뻔한 유도 질문을 하면 80% 찬성이 나오지 않는 것이 이상할 것이다.

만일 ‘부동산 투기를 강력 규제하고 중과세를 하는데 찬성하느냐’ ‘임차인 보호를 대폭 강화해야 하느냐’고 물으면 당연히 국민 80%가 그렇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밀어붙인 법은 ‘미친 집값’과 ‘전세 대란’을 만들어 서민을 벼랑으로 몰았다. 여론조사 설문은 그 법이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부정적 효과를 모두 알리고 답을 구해야 한다. ‘언론징벌법으로 정권이나 권력자들 비리 보도가 위축돼도 좋은가’라고 물으면 답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이 법은 원래 유튜브에서 난무하는 가짜 뉴스들을 규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실제로 이 문제는 심각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가짜 뉴스 규제는 사라지고 정상적인 언론만을 겨냥한 법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언론학회, 대한변협, 국제언론인협회(IPI), 세계신문협회(WAN) 등 각계가 반대했다. 범여권이라는 정의당까지 반대했다. 그래도 정권은 밀어붙였다. 오로지 정권의 강성 지지층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라고 한다.

정권 강성 지지층이 왜 이 법 통과를 원하겠나. 조국·윤미향·유재수·이상직 비리와 울산 선거 공작, 월성 1호기 조작 사건과 같은 권력 비리 보도를 막으려는 것이다. 고위공직자 등은 징벌적 손배 대상에서 뺐다고 하지만 눈 가리고 아웅이다. 비위 의혹 공직자가 사퇴한 뒤 또는 하위 공직자와 당직자·보좌관, 친여 단체 등이 대신 소송을 할 수도 있다.

이 법은 명백한 고의·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징벌적 배상을 물린다고 하지만, 고의·중과실에 대한 입증 책임을 사실상 언론이 지게 했다. ‘네가 죄가 없다는 것을 네가 입증하라’는 것이다. 외국에선 허위 조작을 주장하는 사람이 입증을 하게 돼 있다. 전 세계에서 언론만을 특정해 징벌적 배상 제도를 만드는 것도 한국이 유일하다.

언론 자유는 권력자들에게 성가시다. 언론의 오보로 피해를 입은 사람도 많다. 그러나 언론 없는 사회를 생각할 수 있나. 자유로운 언론이 없다면 민주국가가 아니다. 이 법은 언론의 책임을 높이려는 것이 아니라 언론을 위축시키려는 것이다. 정의당은 “민주 없는 민주당이 언론 장악 카드를 꺼냈다”고 했다. 그 말 그대로다.

그런데 정권이 민주 사회의 기본을 흔드는데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야당 정치인들과 야당 대표는 이 문제에 관심이 있는 지조차 알 수 없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원희룡 전 제주지사 등이 한마디씩 했지만 그뿐이었다. 이준석 대표도 남의 일처럼 여겼다. 이들이 서로 벌이는 말싸움과 경선 유불리 다툼 노력의 10분의 1이라도 이 문제를 생각한 적이 있는가. 그러면서 지금 정권과 다른 어떤 나라를 만들겠다고 대선에 나온 것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