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금융과 실물경제에 두루 밝은 정은보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한계기업, 자영업자들의 줄 파산, 자산시장 붕괴가 한꺼번에 밀어닥치는 '퍼펙트 스톰'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

정은보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한계기업·자영업자 부실 확대 가능성, 거품 우려가 제기되는 자산의 가격 조정 등 다양한 리스크가 일시에 몰려오는 ‘퍼펙트 스톰’(태풍 둘 이상이 충돌해 폭발력이 더 커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 관료 출신이 1998년 IMF 외환 위기, 2002년 카드 대란, 2008년 세계 금융 위기와 같은 ‘퍼펙트 스톰’을 언급한 것이다.

정 원장은 “문제의 근본 원인이 과도한 유동성 공급에 있다”고 진단했다. 시중에 돈이 넘쳐나는 바람에 집값이 뛰고 가계 부채가 급증했다는 뜻이다. 그런 상황을 만든 장본인이 다름 아닌 이 정부다. 정권 출범 직후부터 초대형 예산을 편성하며 세금을 물 쓰듯 뿌려왔다. 소득 주도 성장 등 비상식적 정책들이 실패하면 그 구멍을 세금 살포로 메워왔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 이후엔 최소한의 자제조차 던져버렸다. 작년 한 해만 추경 67조원을 포함해 예산이 554조원 풀렸다.

재정 팽창과 최저 금리는 유동성 과잉 공급을 낳을 수밖에 없다. 부동산 정책 실패가 겹쳐 집값이 폭등하자 무주택자들이 빚을 내 대거 주택 매수 대열에 가세했다. 절망한 2030세대는 빚을 내 주식과 코인 투자에 매달렸다. 이들의 ‘영끌 빚투’ 탓에 가계 부채가 1년 새 165조원이나 급증해 1700조원을 넘어섰다. 이 중 440조원은 2030세대의 빚이다. 무서운 일이다.

정부는 청년들의 주식·코인 투자가 위험 수위를 달리는데도 오히려 부추기는 듯한 정책을 이어갔다. 주식 양도 차익 과세에 투자자들이 반발하자 유예했다. ‘김치 코인’이 난무하고, 코인 하루 거래량이 주식 거래량을 웃돌아도 수수방관했다. 경고를 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민주당은 코인 양도 차익 과세를 1년 유예하는 법안을 내놨다. 투자자 표를 얻으려는 것이다.

9월 말로 예정된 코인 거래소 폐쇄 조치를 실행하면 수백만 투자자가 쪽박을 찰 수 있다. 소득 하위 계층과 자영업자들 재무 상태는 한계점에 도달했다. 소득 하위 20% 가구는 1년 가처분 소득의 63%를 빚 갚는 데 쓰고 있다. 국가 채무는 4년간 300조원 이상 불어나 1000조원에 육박한다. 그런데도 정권은 국민 88%에게 재난지원금을 주겠다며 돈 뿌리기를 지속한다. 금감원장의 ’퍼펙트 스톰’ 우려는 위기를 만든 정부 스스로에 대한 경고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