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쏟아지는 지지율 조사 결과가 너무나 들쭉날쭉이라 혼란스럽다. 비슷한 시기에 조사한 대선 주자와 정당 지지율이 10%포인트가량 차이 나고, 같은 회사 조사도 며칠 만에 순위가 크게 뒤바뀌곤 한다. 하루 이틀 사이에 발표된 어떤 조사에선 야당 대선 주자가 여당 주자를 크게 앞서 나가는데, 다른 조사에선 정반대 수치들이 나오는 식이다.

여론조사가 이런 식으로 오차 범위를 벗어나 제각각이면 민심을 왜곡하고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주자들에 대한 지지 판도가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돼야 하는데, 반대로 여론조사 결과가 주자들에 대한 지지 흐름을 바꾸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 여야 정당들은 경선과 후보 단일화 때 여론조사를 핵심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만일 여론조사가 엉터리로 이뤄진다면 민의가 왜곡된 공직 후보를 뽑게 되는 셈이다. 일부 조사 업체는 친여(親與)나 친야(親野) 성향이란 지적을 받고, 특정 주자와 가깝다고 의심받는 곳도 있다. 오죽하면 일부 후보 진영에선 “차라리 여론조사 회사를 하나 차려보자”는 말까지 나왔다고 한다. 회사를 만드는데 몇 억 원 들지 않으니 그걸 통해 유리한 여론을 조성해 보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여론조사가 아니라 여론 조작이 된다.

한 조사 업체 대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 “너무 빨리 무너지면 재미없다”고 했다. 이 업체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여당 주자가 윤 전 총장을 앞서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지난 서울시장 선거 땐 “사전 투표에서 박영선 후보가 오세훈 후보를 55대45로 이겼다”고 말해 선관위에 고발됐다. 그래도 이 업체는 계속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초저가 날림 조사도 적지 않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에 등록된 업체만 76개나 되다 보니 저가 수주 경쟁이 벌어진다. 일부 업체는 언론사에 공짜 여론조사까지 제안했다고 한다. 이걸로 회사 인지도를 높인 뒤 정부·지자체의 공공 조사나 대기업 마케팅 조사를 따내려는 것이다. 특정 후보를 띄워주는 조건으로 조사 비용을 뒤에서 보전받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여론조사는 민심 흐름을 파악하는 도구지만, 지금은 민심을 왜곡하는 주범으로까지 지목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경선이나 후보 단일화에서 여론조사를 배제하기 힘들다면 정확도와 공정성을 높이는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 날림 조사를 막으려면 여심위의 조사 업체 등록 기준을 강화해 부실 업체를 걸러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