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마친 후 악수하고 있다. 2021.07.13.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가 2시간도 안 돼 번복했다. 소득 하위 80%에게 지원금을 주는 정부 추경안과 달리 전 국민 지급으로 확대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여야 대선 주자들이 반발하고 국민의힘 내부에서 비판이 쏟아지자 급히 심야 지도부 회의를 열어 입장을 바꿨다. 이 대표는 “확정적 합의가 아니었다”고 했지만 이해하기 힘든 소동이었다.

국민의힘은 여권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대해 ‘매표 행위’라며 반대해 왔다. 코로나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저소득층을 집중 지원하는 게 맞는다고 했다. 더구나 코로나 4차 대유행으로 거리 두기가 최고 수준으로 강화된 상태에서 소비 촉진을 위해 전 국민에게 돈을 주는 것은 방역에 역행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기존 당론을 뒤집는 합의를 덜컥 해버렸다. 사전에 당 지도부와 상의 한번 하지 않았다. 심지어 선거법 개정이라는 입법 사안이 원내대표도 모른 채 합의됐다. 이 대표는 최근 여성가족부와 통일부 폐지를 주장했는데 이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당 내부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대표는 사상 첫 30대 대표로 젊은 바람을 일으켰다. 최소 선거비와 자전거 출근, 파격 인사, 대변인 선출 토론 배틀로 신선한 변화도 보여줬다. 하지만 국가 정책에 대해선 좀 더 신중한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 제1야당 대표는 정치 평론가가 아니다. 이번 일은 실수로 치부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실수가 잦으면 무능이 된다. 청년 대표에 대한 커다란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