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청와대 본관 세종실에서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본관 세종실에서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민주당이 소득 하위 80%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씩 현금 지급하는 것 등이 포함된 33조원 규모의 2차 추경을 확정했다. 지난 3월 편성한 1차 추경 15조원도 절반밖에 못 썼는데 또 대규모 세금 퍼붓기에 나섰다. 반면 통화 정책을 담당하는 한국은행은 물가 상승과 자산 거품이 우려된다며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정부·여당은 돈을 풀고 한은은 돈줄을 조이는 정반대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모순이 빚어지자 경제 부총리와 한은 총재가 만나 “정교한 조화가 중요하다”는 공동 입장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이 만남을 정부가 한은에 대해 금리 인상을 못 하도록 압박에 나선 것이란 관측이 무성하다. 금리 인상은 경제 측면에선 필요하지만 선거 측면에선 정권에 불리하다. 이 정부는 언제나 경제보다 선거를 우선한다.

558조원의 본예산에다 두 차례 추경이 추가되면서 올 한 해 정부 예산은 600조원을 넘어서게 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예산이 400조원이었는데 4년 만에 50%나 불어나는 것이다. 무서운 증가 속도다. 무차별 재정 퍼붓기에 나서면서 국가 부채도 이명박 정부 말 443조원, 박근혜 정부 말 660조원에서 내년엔 1100조원을 육박하게 된다. 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도 문 정부 첫해 36%에서 내년 51%로 치솟아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경고해온 신용등급 강등 위험 수위를 넘어서게 된다.

예산 씀씀이는 방만하고 허술하기 짝이 없다. 당정은 코로나 위로금 지급 ‘하위 80%’를 정하는 기준조차 확정하지 못해 혼선을 빚고 있다. 정부는 ‘가구 합산 연 소득 1억원' 정도가 80%에 해당될 것으로 추정하는데, 맞벌이 부부들은 “합산 소득 1억원을 100원만 넘어도 못 받느냐”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80%까지는 받으면서 80.1%부터는 못 받는 게 합리적이냐는 지적도 나온다. 재난 지원금을 못 받는 상위 20%를 대상으로 내놓은 신용카드 캐시백에 대해서도 “10만원 되돌려 받으려고 100만원을 쓰겠느냐”는 조롱이 쏟아진다. 민주당이 대선 민심을 얻으려고 추경을 서두르다 보니 곳곳이 헛점 투성이다. 그 많은 세금을 국민 80%에 흩뿌리지 않고 코로나 피해가 큰 취약 계층과 영세 자영업자 등을 집중 지원했다면 이런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코로나 사태 초기 전 국민 현금 지급에 나섰던 선진국들도 올해 들어선 저소득층이나 코로나 피해자 중심의 선별 지원으로 전환했다. 우리만 대다수 국민에게 소득 수준 상관없이 똑같은 금액을 뿌리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선거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경기 회복이 본격화되면서 소비자 물가가 최근 3개월 연속 2% 이상 오르고 올 2분기 물가 상승률이 9년 만에 최고치인 2.5%를 기록했다. 부동산·주식에서 가상 화폐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자산 거품이 부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돈을 더 풀면 물가와 자산 가격 상승세에 기름을 끼얹을 수 있다. 경기 회복 국면에서 오로지 선거만 바라보고 뿌려대는 천문학적 세금 살포가 재정 상황을 악화시키고 경제에 더 큰 부담을 지울까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