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비리 백서 발간 추진위원장인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이 백서 초안 전달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유 의원, 전주혜 의원. 2021.5.25연합뉴스

공사(公私) 구분은 공직자의 기본 윤리다. 공직의 출발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법관의 최고봉인 대법원장은 말할 것도 없다. 철저한 공사 구분으로 모든 공직자의 모범이 돼야 한다. 그런데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 기본조차 안 지키고 있다. 2018년 초 변호사인 며느리가 대법원장 공관에서 자신이 다니는 한진그룹 계열사 법무팀 동료들을 불러들여 만찬을 했다고 한다. 세금으로 먹고 마셨다. 대법원장이 몰랐을 리 없다.

만찬 시점이 더 심각한 문제다. 김명수 대법원이 항공기 회항 사건으로 기소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집행유예를 확정한 직후였다. 대법원은 조 부사장의 핵심 혐의인 ‘항로 변경’을 무죄로 판결했다. 김 대법원장도 판결에 참여했다. 그 직후 피고인의 법무팀이 대법원장 공관에서 만찬을 가졌다. 정상적인 윤리 감각으론 생각하기 힘든 일이다.

춘천지법원장이던 김 대법원장은 2017년 대법원장 지명을 받은 다음 날 시외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서울 대법원을 방문했다. 춘천지법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관용차를 탈 수 없다고 했다. 이것이 위선이란 사실이 드러나는 데는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대법원장이 되자마자 세금을 들여 공관을 고급스럽게 꾸몄다. 손자 손녀들 놀라고 놀이 시설도 만들었다. 서울 강남아파트 분양에 당첨된 법조인 아들 부부를 1년 3개월 동안 공관에서 공짜로 살게 했다. 그 사이 변호사 며느리 만찬까지 열어준 것이다. 그 후 아들 부부가 독립해 입주한 강남 아파트 시세 차익이 2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대법원장 공관 유지비는 연간 2억원이다..

김 대법원장은 자신이 회장을 지낸 법원 내 사조직이 법원 요직을 장악하게 해 인사의 공정성을 무너뜨렸다. 법관 탄핵을 추진하는 여당에 잘 보이려고 후배 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부해 법원 독립성을 흔들었다. 비난을 모면해 보겠다고 노골적인 거짓말을 하다가 들통났다. 이런 사람이 대법원장이 되고, 어이없는 일이 연이어 벌어져도 그 자리를 뻔뻔스레 지키는 것은 문재인 정권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