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국회 환노위에서 같은당 양이원영 의원과 대화를 하고있다. 2020.9.15/이덕훈 기자

국민권익위는 민주당 의원 12명에 대해 부동산 거래·보유 과정에서 법령 위반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 이후 민주당이 권익위에 전수조사를 의뢰한 지 69일 만에 나온 결과다. 의원 중 일부는 업무상 비밀을 이용해 지역구 개발 사업 관련 토지를 매입하거나 대규모 개발 계획 발표 전에 본인이나 가족 명의로 부동산을 매수한 의혹이 짙다고 한다. 농지법·건축법을 위반해 토지·주택을 매입했거나 부동산을 타인 이름으로 명의 신탁한 의혹도 있다. 부동산으로 절대 돈 벌지 못하게 하겠다던 여당의 의원들이 부동산 투기를 한 것 아닌가. 일부 의원은 기초적인 부동산·금융 자료도 내지 않았다고 한다. 자발적으로 전수조사를 받는다더니 사실상 조사를 회피한 것이다.

민주당은 의원 12명의 이름과 법령 위반 유형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12명에게 탈당을 권유한다고 했다. 투기 세력을 발본색원하겠다고 하더니 누가 어떤 방식으로 투기를 했는지 왜 공개하지 않는 것인가. 일부 의원은 자신은 투기를 한 게 아니라고 일방적인 해명만 하며 탈당을 거부했다. 당사자가 거부하면 그걸로 끝이다.

더 기가 막히는 것은 비례대표인 윤미향, 양이원영 의원의 경우다. 두 사람은 일본군 위안부 운동과 탈원전 환경 운동을 했다고 여당 국회의원이 됐는데 투기 의원 명단에 포함됐다. 이럴 수도 있나. 윤 의원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이용해 돈을 챙겼다는 의혹이 숱하게 쏟아졌지만 아직도 여당 국회의원이다. 민주당은 이들에게 출당 조치를 했지만, 의원직을 유지시켜 주려는 ‘봐주기 징계’나 다름없다. 비례대표는 출당되면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겉으론 투기 의혹을 전수조사해 중징계를 내렸다고 했지만, 실제로 탈당하거나 배지를 떼이거나 불이익을 당한 의원은 거의 없다.

송영길 대표는 해당 의원들에게 “탈당한 상태에서 (특수본의 수사를 받고) 깨끗하게 당으로 돌아와 달라”고 했다. 하지만 특수본은 지난 3개월간 수사 인력 2400명을 투입하고도 말단 공무원과 일반 투기꾼 등 34명을 구속하는 데 그쳤다. 3급 이상 고위공직자나 국회의원, 단체장 등은 단 한 명도 없었다. 10명 가까운 여당 의원들에 대해 투기 의혹이 제기됐지만, 야당 의원 한 명만 수사를 받고 있다. 여당은 모두 면죄부를 받은 것이다. 특수본에는 부동산 투기 단속 기관인 검찰과 감사원이 애초부터 배제돼 있다. 이런 특수본이라면 여당 의원 12명에 대한 수사도 제대로 할 거라고 기대하기 힘들다. 국민 우롱이다.

그동안 여권이 부동산을 놓고 보여온 행태는 내로남불 그 자체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양산 사저 농지를 구입하며 ‘영농 경력 11년’이라고 적었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소유한 농지는 계획에 없던 고속도로 나들목이 생겨 가격이 급등했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임대차 3법 통과 이틀 전 전셋값을 14%나 올려 받았다. 여권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에 대한 투기 의혹도 수차례 제기됐다. 하지만 모두 유야무야 됐다. 이번에도 조사하는 척, 수사하는 척하고 아무 일 없었던 듯 넘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