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세종시 반곡동에 위치한 관세평가분류원 세종청사. 1년 동안 아무도 사용하지 않은 빈 건물로 방치되고 있다. /신현종 기자

대전에 있는 관세청 산하 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이 세종시 이전 대상이 아닌데도 예산 171억원을 타내 세종시에 신청사를 짓고는 뒤늦게 세종 이전이 무산됐다고 한다. 관련 부처는 이전 대상이 아닌 곳에 세금 171억원을 지원하고 세종시 아파트 공무원 특별 공급(특공) 대상으로 지정까지 해주는 한심한 행정을 벌였다.

2005년 고시된 세종시 이전 계획에 따르면 애당초 관평원은 수도권 소재가 아니어서 세종시 이전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세종시 이전 규정을 담은 ‘행복도시법’은 수도권 소재 공공 기관에 대해서만 기술하고 있다. 이것을 입법 틈새로 보고 관세청은 관평원의 세종 청사 건립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황당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2016년 기재부는 행안부와 합의도 안 된 관평원 청사 건립에 예산을 배정해줬다. 관세청이 기재부 외청이기 때문에 예산 심사도 느슨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세종시 건설을 책임진 행복청은 관평원에 청사 지을 땅 매매를 승인해주고 관평원을 특공 대상 기관으로까지 지정해줬다.

2018년 뒤늦게 행안부가 이런 사실을 파악하고 제동을 걸었으나 관평원과 그 상위 기관인 관세청은 공사를 중단하기는커녕 강행했다. 당시 관세청장은 검사 출신이었고, 관세청은 사상 처음 재벌그룹 총수 일가를 압수 수색하는 ‘경제 검찰’로 군림하면서 기세등등할 때였다. 2019년 행안부 장관까지 나서서 감사원에 공익 감사를 청구했지만 유야무야됐다. 관세청과 관평원은 ‘이미 땅 사고 건물 짓고 있으니 세종시 이전 기관으로 인정해달라’고 청와대와 여당에 로비까지 벌였다. 관평원의 세종 이전은 청사가 다 지어진 후에야 제동이 걸려 무산됐다. 세금 171억원을 들여 완공한 청사는 1년 가까이 빈 건물로 방치된 상태다.

유령 청사가 지어지는 동안 관평원 직원 82명 가운데 49명은 ‘특공’ 혜택을 받아 세종시에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특공 제도는 민간 분양보다 경쟁률도 낮고,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도 낮아 상당한 차익을 챙길 수 있는 ‘특공 재테크'로 통한다. 이들은 4억~10억원가량 차익을 누렸다고 한다. 세종시 문제를 파헤치면 이것 이상의 요지경이 쏟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