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9월 26일 오후 서울공항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함께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농지 취득 심사를 대폭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부동산 부패 청산’이라고 적힌 마스크까지 썼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작년 4월 경남 양산 농지를 10억4000만원에 샀고 이 땅은 대지로 변경됐다. 땅값은 3억5000만원 올랐다고 한다. 농지 취득을 하려면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계획서에 ‘영농 경력 11년’이라 적었다. 문 대통령이 11년 농사를 지었다는 것을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야당이 이 문제를 제기하자 “좀스럽다”고 비난했다. 본인은 믿을 수 없는 영농 계획서로 농지를 사서 대지로 바꿔놓고 다른 사람이 그렇게 하면 단속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묘목을 빼곡히 심어 투기하는 적폐도 단속하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 처남은 경기 성남시에 보유한 그린벨트가 수용되면서 47억원의 토지 보상 차익을 얻었다. 지금도 인근에 처남이 보유한 그린벨트엔 묘목이 빼곡히 심겨 있다. 처남은 문 대통령이 말한 ‘묘목 보상금을 노린 적폐’에 해당하지 않는 건가. 대통령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남 얘기하듯 말했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2012년 세종시 국회의원에 당선된 직후 세종시 전동면 일대 농지를 1억3860만원에 샀다. 3년 뒤 농지 일부가 대지로 전환됐고, 그 땅값이 4배 가까이 올랐다. 당 대표 시절인 2019년 한국도로공사는 이 땅에서 5km 떨어진 곳에 서울~세종 간 고속도로 나들목(연기IC)을 만들기로 했다. 예비타당성 조사 땐 없었던 나들목이다. 전체 공사비도 4000억원 늘었다. 주민들은 ‘이해찬 나들목’이라 부른다고 한다. 당연히 주변 땅값도 올랐다. 계획에도 없던 나들목이 여당 대표 땅 주변에 생긴 것은 과연 우연인가.

이해찬 전 대표는 “윗물은 맑은데 바닥에 가면 잘못된 관행이 많다”고 했다. 대통령의 농지 취득과 여당 대표 땅 주변의 나들목을 보고 ‘윗물이 맑다’고 생각할 국민이 몇이나 되겠나. 김상조 전 정책실장은 자신이 주도한 ‘임대차 3법’을 시행하기 이틀 전 자기 집 전세를 1억2000만원 올렸다. 일반 국민은 전셋값 못 올리게 막아 전세 구하기도 힘들게 만들더니 자신은 이득을 취했다. 자신이 사는 전셋값도 올라서 목돈이 필요했다고 변명했는데 통장엔 14억원 목돈이 있었다. ‘지분 쪼개기’ 땅 구입 등으로 투기 의혹을 받는 여권의 국회의원·단체장만 10명이 넘는다.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이러고도 윗물이 맑다는 말이 나오나.

제 허물은 보지 못하는 정권이 읍면동 사무소 직원까지 재산 공개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아무리 선거용이라지만 너무 하는 것 아닌가. ‘아랫물’ 탓하기 전에 깨끗하지 않은 ‘윗물'부터 손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