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아파트 공시가격 과속 인상으로 한 곳에서 10~20년 이상 거주한 1주택 은퇴자들도 공시가격이 9억원을 초과하면 보유세 폭탄외에 건강보험료 부담까지 새로 떠안아야 한다. 현금흐름이 끊긴 은퇴자 입장에선 월 12만원도 큰 부담이 된다.

정부가 전국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을 19% 인상하면서 고정 소득이 적은 은퇴자나 고령자들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공시가는 보유세뿐 아니라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주택 자금 소득공제 등 각종 복지·과세의 기준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최대 피해자는 보유 주택 공시가격이 9억원을 넘어서는 바람에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당해 월평균 12만원 건강보험료를 새로 내야 하는 은퇴자 1만8000명이다. 이들은 재산세·종부세를 합친 보유세 부담이 작년보다 50%나 폭등하는 데 더해 건보료 부담까지 새로 떠안아야 한다. 현금 수입이 끊긴 은퇴자 처지에선 월 12만원도 일상이 깨질 수 있는 부담이다.

정부는 “세금 낼 능력이 안 되면 이사 가라”는 태도다. 세금 못 내 수십 년 산 생활 터전에서 밀려 나가야 하는 나라가 정상인가. 집을 팔더라도 양도세·취득세 내고 이사비 등 각종 비용을 떼면 이사할 곳 찾기도 쉽지 않다. 지난해 여당 대표와 국무총리는 1주택자 보유세 부담을 완화할 것처럼 말하더니 선거에 득 될 게 없다고 판단했는지 아직도 무소식이다.

소득 하위 70%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지급하는 월 30만원의 기초연금도 보유 주택 공시가격이 6억5000만원을 넘으면 수급 자격이 없어진다. 공시가 상승률이 5%대였던 2019년에도 1만5000명이 기초연금 수급 자격을 상실했다는데 올해는 그 몇 배에 이를 것이다. 또 공시가격 급등으로 연말정산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 모든 문제의 뿌리는 부동산 정책 실패와 그에 따른 ‘미친 집값’이다. 그 책임자인 정부는 엉뚱하게도 남 탓, 적폐 타령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LH 직원 투기 사건이 불거진 뒤 2주일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송구하다”고 사과하면서도 “‘부동산 적폐 청산을 못 했다”고 했다. 지금의 부동산 문제가 과거 정부의 잘못 때문이란 것이다. 도둑이 매를 든다는 적반하장은 이럴 때 쓰는 말인가.

문 대통령은 “불로소득을 통한 자산 불평등”을 ‘부동산 적폐’로 규정했는데, 집값을 급등시켜 불로소득을 제공하고 최악의 자산 격차를 만든 장본인이 바로 문 대통령이다. 이렇게 자산 격차를 키우고, 집 있는 사람에겐 세금 폭탄을, 무주택자에겐 상실감을 안겨 국민 대다수를 패자로 만든 정부가 ‘부동산 적폐’ 아니라면 누가 적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