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과천시에 현재 건설 중인 신축 아파트와 입주를 앞둔 아파트들이 대거 몰려 있다. 아파트 공급 물량이 많은 과천시는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전셋값이 하락했다. / 오종찬 기자

지난 11월 서울·수도권의 아파트 전셋값이 18년 만의 최고 상승률을 보인 가운데 경기도 과천은 도리어 0.53% 내려 수도권 시·군·구 중 유일한 하락세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전셋값 누적 상승률도 과천은 0.54%에 그쳐, 서울(10.1%)·경기도(8.3%)보다 크게 낮았다. 과천 외에 11월 전셋값이 내린 곳은 4개 지자체뿐이었고 모두 지방이다. 11월 아파트 매매 가격도 서울이 1.5%, 경기도가 1.9%나 뛴 반면 과천은 0%의 보합세를 기록했다.

과천의 이례적인 주택시장 안정세는 공급 확대 덕분이다. 과천 지역에선 내년까지 여러 아파트 단지에서 대규모 입주가 예정돼있다. 올해 중 2900가구의 재건축 단지가 지어졌거나 완공될 예정이고, 내년에도 4200여 가구의 추가 공급 일정이 잡혀 있다. 계획된 분양 물량도 많다. 공공택지 방식으로 2026년까지 2만여 가구의 아파트가 새로 지어질 예정이다. 앞으로도 계속 물량이 쏟아진다는 신호 덕에 시장이 심리적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충분한 공급만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수요 막는 규제 대책이 사실상 전부였다. 3년 사이 내놓은 24차례 대책이 모두 세금 중과와 대출 막는 수요 억제책이었을 뿐 이렇다 할 공급 대책은 없었다. 도리어 시장 원리에 역행하는 임대차법을 강행해 전세 대란을 촉발시켰다.

주택시장을 기형적인 공급 부족으로 몰아넣은 국토부 장관은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새 찍겠지만”이라며 또다시 무주택 서민의 울화를 돋웠다. 3년이란 긴 기간 동안 그렇게 귀를 닫고 있다가 이제 와서 아파트 공급에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집값 폭등은 좋은 집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한 데 따른 정책 실패의 결과다. 시장이 원하는 주택을 적시에, 그리고 충분히 공급할 것이란 확신을 주지 못하면 집값도, 전셋값도 안정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