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추미애 법무장관/뉴시스


서울동부지검이 지난 21일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의 사무실과 집을 압수 수색했다고 밝혔다. 그 이틀 전에는 추 장관 아들 군 복무 당시 카투사 부대 지원장교로 근무했던 대위의 자택과 사무실, 대위에게 휴가 연장 청탁을 한 추 장관의 전 보좌관도 압수 수색했다고 한다. 추 장관과 아들 등이 고발당한 지 8개월이 흐르도록 사실상 아무 것도 안 하던 검찰이 갑자기 법석이다.

압수 수색은 최대한 신속하게 하는 게 원칙이다. 사건 관련자들이 증거를 인멸하고 입을 맞추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추 장관 아들은 무려 8개월 만에야 압수 수색을 했다. ‘증거’가 남아있을 턱이 없다. 감찰이 하나 마나 한 압수 수색을 해놓고선 그 사실을 일부러 공개한다. 수사가 목적이 아니라 수사하는 척 쇼를 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 의혹은 작년 말 추 장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언론 보도로 불거졌다. 추 장관 아들이 휴가에서 복귀하지 않은 날 당직 사병이었던 동료는 “추 장관 아들에게 전화로 복귀를 지시한 지 30분도 안 돼 얼굴도 모르는 상급 부대 대위가 찾아와 ‘휴가 처리는 내가 했으니 문제 삼지 말라’고 했다”고 제보하기도 했다. 정상적 검찰이라면 즉각 고발인과 제보자를 불러 사건 경위를 파악하고 압수 수색에 나서야 했다. 그런데 동부지검은 고발 5개월이 다 돼서야 ‘참고인 조사’를 시작했다. 당연히 추 장관 아들은 조사한 적도 없었다. 국방부 등 군 당국에 대한 압수 수색은 할 생각도 않고, 추 장관 아들 진료 기록은 7개월 만에 확보했다. 덮고 뭉개온 것이다.

가장 황당한 일은 ‘추미애 보좌관 청탁 전화’ 진술을 조서에서 누락한 검사와 수사관에게 다시 수사를 맡긴 것이다. ‘추 장관 지시’를 보여주는 핵심 단서를 은폐하려 한 사람들을 수사팀에 다시 불러들였다는 것은 진상을 덮겠다는 뜻이다. 추 장관은 아들 압수 수색을 막은 김관정 검사장을 수사 책임자인 동부지검장에 앉혔다. 진실을 덮을 검사들로 수사팀을 모조리 채운 것이다.

이 검사들이 최근 10여 일간 밀린 숙제를 해치우듯 요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국방부가 "휴가는 규정상 문제가 없다”고 하고 여당이 “신속하게 수사 결과를 공개하라”고 하자 태도를 바꾼 것이다. 미리 짠 각본일 가능성이 높다. 검찰 안팎에선 추석 전 ‘무혐의’ 수사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이 연극에 속아 넘어갈 국민은 없다. 언젠가 수사를 뭉갠 검사들에 대한 조사와 처벌도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