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간 '경제민주화'를 강조해온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부·여당의 '공정경제 3법'에 대해 찬성 의사를 밝혀 재계가 멘붕에 빠졌다. 지지율 회복을 위해 민생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김 위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대화하고 있다.

여당과 정부가 추진 중인 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 등 이른바 ‘공정경제 3법’에 대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찬성’ 의사를 밝혀 재계와 기업들이 비상이다. 기업 측에선 모(母)회사 주주가 자(子)회사 이사에게 소송할 수 있게 하는 ‘다중대표소송제’와 대주주 의사를 배제하고 감사위원을 분리 선출하게 한 것을 독소 조항으로 보고 있다. 외국 투기 세력의 경영권 위협을 쉽게 하고, 소송 남발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대기업들도 생사 기로에 놓인 상황이다. 2분기 상장기업 매출과 영업이익은 1년 전에 비해 각각 11%, 15% 급감했다. 이런 때에 기업이 경영권 방어에 전전긍긍하게 하면 외국 경쟁 기업만 좋은 일 시키는 것이다.

외국 투기 자본의 경영권 위협은 기업의 엄살이 아니다. 1999년 타이거펀드의 SK텔레콤 공격, 2003년 소버린의 SK그룹 경영권 위협, 2005년 칼 아이칸의 KT&G 공격, 2015~18년 엘리엇의 삼성·현대차그룹 경영 개입 등 외국 투기 자본의 경영권 위협은 이미 여러 차례 있었다.

소액 주주를 위해 대주주 권한을 제한하겠다면, 외국 자본 공격에 대응하는 국내 주주의 방어권도 보장해 주어야 한다. 선진국처럼 특정 주주에게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차등의결권, 기존 주주에게 시가보다 싸게 지분을 매입할 수 있게 하는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필) 같은 경영권 방어 수단을 보장해 줄 필요가 있다.

범여권 의석수가 3분의 2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야당의 반대는 별 의미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아는 재계가 야당을 찾아간 것은 달리 호소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찬성 표명에 재계는 충격을 받았다. 김 위원장은 “국회에서 불합리한 요소를 바로 잡을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지만 대안을 확실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