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제1회 청년의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0.09.19./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청년의 날 기념식에서 ‘공정’이라는 단어를 37번이나 언급했다. “공정은 촛불 혁명의 정신이며 우리 정부의 흔들리지 않는 목표”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도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다. 2012년 첫 대선 도전 때 선거 광고에도 쓰였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공정’은 일반인의 생각과는 크게 다르다. 다른 편을 비난하고 공격할 때만 쓰이는 잣대이고, 자기 편 사람이 저지르는 불공정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조국, 추미애 사태가 생생하게 증명해 주고 있다. 조국 전 법무장관의 자녀는 고등학생 때 박사 과정 학생도 버거운 영어 의학논문 제1 저자로 이름을 올리는가 하면, 하지도 않은 인턴 활동 증명서를 얻어내 대학입시에서 결정적인 도움을 받았다. 대학교수 부모를 둔 특혜를 누린 것이다. 추미애 법무장관의 아들은 군의관이 “군 병원에서 충분히 진료 가능하다”고 진단한 질환을 핑계로 19일 병가를 연장해 4일 휴가를 더 다녀왔다. 일반 사병들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정해진 시간에 부대에 복귀하지도 않고 전화로 휴가를 연장했다.

20대 인생을 좌우하는 대입과 병역에서 벌어진 명백한 불공정을 통해 젊은이들은 문재인 정권의 위선을 목격했다. 대통령은 청년들에게 박탈감을 안겨준 ·이런 반칙의 주인공들을 다른 자리도 아닌 ‘정의’를 담당하는 법무부 장관 자리에 연이어 앉혔다. 그래놓고도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과하는 대신 국민의 분노를 일으킨 불공정 행위자에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했다. 집권당 사람들은 국민에게 마음의 상처를 준 법무장관의 사퇴를 건의하기는커녕 이들의 방패막이를 자처하고 나서 국민의 화를 돋우었다.

대통령이 청년의 날 공정을 말하려면 먼저 조국, 추미애 사태에 대한 사과로부터 시작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말은 한 마디도 없었다. 대통령은 “여전히 불공정하다는 청년들의 분노를 듣는다”면서 “끝없이 되풀이되는 것 같은 불공정의 사례를 본다”고 했다. 문제는 자신에게 있는데 마치 남 얘기를 하는 듯한 ‘유체 이탈’ 행태가 4년 가까이 반복되고 있다. 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정말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