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공사 구본환 사장

인천공항공사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구본환 공사 사장은 그제 기자회견에서 “9월 초 국토교통부 고위 관계자로부터 갑자기 자진 사퇴 요구를 받았지만 거부했다. 이유도 말해주지 않더라”고 폭로했다. 그러자 정부는 해임하겠다고 한다.

임기 절반도 못 채운 구 사장에 대한 사퇴 압박은 문재인 대통령의 1호 지시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인천공항은 구 사장 취임 전후 세 차례 내·외부 법률 검토를 통해 자회사 소속 1900명 보안 검색원을 공사 정규직 청원경찰로 직고용하는 것이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작년 4월 취임한 구 사장이 이를 근거로 본사 직고용 대신 자회사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자 정권 눈 밖에 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5월 청와대 회의 이후 인천공항은 방침을 180도 바꿔 본사 직고용으로 돌아섰다. 구 사장은 어제 기자회견에서도 “정규직 전환은 문재인 정부에서 마무리 지어야 할 마지막 과제”라고 했다. 결국은 정권 입맛에 맞게 처신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사퇴 요구에 이어 해임을 밀어붙이고 있다. 작년 10월 구 사장이 태풍 대비를 이유로 국회 국감장을 떠난 걸 이제 와서 문제 삼고 있지만 그게 진짜 이유라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구 사장이 뭔가 괘씸죄에 톡톡히 걸렸다고밖에 짐작이 가지 않는다. 인천공항 본사 정규직 1400명보다 훨씬 많은 1900명 직고용 발표 이후 인천공항 노사는 극심한 노사 갈등을 빚어왔다. 더구나 정규직 전환 기준 날짜가 문재인 대통령의 인천공항 방문일로 정해지자 청년층에선 ‘문재인 찬스’ ‘로또 취업’이라며 정부의 불공정에 분노했다. 정권을 향한 공격이 이어지자 이 모든 책임을 구 사장에게 지우려 한다는 것이다. 구 사장의 기자 회견 당일 국토부 관계자들은 “정규직 전환 정책과 관련해 구 사장이 폭탄 발언을 할까봐 청와대가 우려한다”는 문자를 주고받았다.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어떻게 압박했기에 청와대가 이렇게 전전긍긍하나. 앞으로 구 사장의 입막음 시도도 이뤄질 것이다. 권력에 충성을 다한 해바라기 공기업 사장마저 해고로 몰리게 된 인천공항공사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