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16일 논평에서 군 특혜 의혹을 받는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에 대해 “나라를 위해 몸 바치는 것(爲國獻身)이 군인의 본분이라는 안중근 의사의 말을 몸소 실천한 것”이라고 했다. ‘엄마 찬스’ 이용 정황이 쏟아지는 아들 서모씨를 안중근 의사에 비유한 것이다. 국민들이 “안 의사가 언제 특혜성 병가를 갔느냐” “휴가 미복귀 했느냐” “제정신인가”라고 분노하자 대변인은 ‘유감’이라며 안 의사 부분을 지웠다. 그런데 추 장관은 17일 국회에서 “(제 아들이) 아픈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군무에 충실했다 함을, (안 의사) 말씀에 따랐다 함을 강조한 것”이라고 했다. 아들이 ‘위국헌신’했다는 것이다.

111년 전 안 의사는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했다. 자신이 죽을 걸 알면서도 헌병들 앞에서 방아쇠를 당겼다. 체포되면서도 “코레아 우라(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다. 그가 쏘아 올린 6발의 총성은 나라 잃은 한민족이 아직 죽지 않았음을 전 세계에 알리는 신호였다.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독립군 투쟁으로 이어지는 도화선이 됐다. 중국 혁명가는 “아시아 제일의 의협(義俠)”이라고 했다. 이것이 제 몸을 던져 나라를 위하는 ‘위국헌신’이다.

추 장관과 여당은 ‘서씨가 아픈데도 엄마 입장 생각해서 군대 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서씨는 무릎 수술 후 입대 전까지 영국 대학에서 동호회 축구팀 선수로 뛰었다고 한다. 서씨 무릎을 본 군의관은 진단서에 “군 병원에서 충분히 진료 가능한 상황”이라고 적었다. 그런데도 서씨는 두 차례 병가와 전화 한 통으로 휴가까지 얻었다. 안 의사 어머니는 의거한 아들에게 ‘당당히 죽으라’며 수의를 보냈다. 반면 추 장관은 아들 의혹이 불거지자 ‘아이가 울고 있다. 건드리지 마라’고 했다. 억지와 궤변에도 정도가 있어야 한다.

여당은 추 장관을 비호하기 위해 아들 의혹을 제기한 야당을 ‘쿠데타 세력’으로 몰았다. 카투사를 ‘편한 부대’라고 조롱한 데 이어 청탁 의혹을 “동사무소 민원이나 마찬가지”라고 물타기 했다. 공익 제보자를 ‘범죄자’로 좌표 찍더니 급기야 안중근 의사까지 끌어들인 것이다. 안 의사 후손들은 “정권 유지를 위해 안 의사를 파는 파렴치한 인간들이 어디 있는가”라고 했다. 정말 파렴치한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