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를 방문해 “한미 관계가 군사 동맹과 냉전 동맹을 탈피해 평화 동맹으로 전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의 한미 동맹이 ‘냉전 동맹’이라는 그의 인식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가 “한미 동맹과 우정은 안보 협력을 넘어선다”고 반박했다고 한다. 실제 한미는 군사뿐 아니라 경제·과학·보건 등 다방면에서 협력하고 있다. 자유·민주·인권 가치도 공유하는 관계다. 미·소 냉전은 30년 전에 이미 끝났다. 그런데 ‘냉전 동맹’이 무슨 소리인가. 한미 동맹이 ‘평화 방해 동맹’이라도 되나.

한미 동맹을 “냉전의 유물”이라고 비난하는 건 주한 미군 철수를 원하는 북·중·러 세력이다. 대한민국을 지구상에서 없애려 한 전쟁을 일으킨 이들이다. 80년대 반미 운동권이 이들 주장에 동조했다. 그 운동권이 주축인 이 정권 들어 한미 동맹과 주한 미군을 깎아내리려는 시도가 갈수록 노골적이다. 전대협 의장을 지낸 통일부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주한 미 대사를 만나 “한미 워킹그룹이 남북 관계를 제약한다는 견해가 있다”고 했다. 대통령 안보 특보는 “내게 최선은 실제 동맹을 없애는 것”이라 했고, 여당 외통위원장은 “주한 미군은 과잉”이라고도 했다. 한미 동맹이 그들의 대북 이벤트를 방해하는 걸림돌인 듯 취급한다.

석 달 전 주미 한국 대사가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는 국가”라고 하자 미 국무부가 바로 “한국은 수십 년 전 어느 편에 설지 선택했다”고 했다. ‘중국 편에 설 수도 있다’고 들리는 발언을 반박한 것이다. 지소미아 파기 직후 청와대가 “미국도 이해했다”고 하자 미 정부 측은 “거짓말”이라고까지 했다. 주한 미 대사가 ‘북한 개별 관광’ 추진에 부정적 견해를 보였을 때는 집권 세력이 일제히 동맹국 대사를 인신공격하는 일도 벌어졌다. 북핵 위협을 다루는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 한국만 불참했다. 트럼프는 한국을 ‘돈벌이’ 대상으로 여긴다. 모두가 정상이 아니다.

북한은 지금도 핵·미사일을 증강하고 있고 중국의 패권 욕심은 그칠 줄 모른다. 북·중이란 현실 위협을 무엇으로 막을 수 있나. 평화는 말이 아니라 적이 넘볼 수 없는 대비 태세로 지키는 것이다. 그런데 통일부 장관은 김정은이 ‘핵보유국’을 재선언한 직후 “폭탄이 떨어지는 전쟁 중에도 평화를 외치는 사람만이 더 정의롭다”는 꿈같은 소리를 하더니 80년대 운동권 논리까지 내비치고 있다. 몽상과 낡은 시각에서 변화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우리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